서울대-고대 1996년 명단 2011년과 비교해보니…
《 국내 대학 사회과학 계열 동아리들이 최근 10여 년간 신입생을 받지 못해 동아리가 폐지되는 등 명맥이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1일 서울대와 고려대의 1996년 중앙동아리 명단과 15년 후인 올해 현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이 기간에 지성의 상징이던 상아탑에서 학술 연구 활동을 하는 사회과학 분과 동아리는 대부분 폐지됐거나 중앙동아리에서 밀려났으며 대신 전시창작이나 연행예술 분과 동아리가 신설되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 사회과학 동아리 몰락
1992년 서울대 “토론이 힘”
고려대 역시 1996년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던 사회과학 분야 16개 동아리 중 ‘KUCC’(옛 고대컴퓨터클럽), ‘한국사회연구회’, ‘철학마을’(옛 독일철학강좌회), ‘UNSA’(국제연합학생회), ‘한국근현대사연구회’ 등 7개만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사회문제연구회’, ‘한국상경학회’, ‘일하는 사람들’(민중운동) 등은 살아남지 못했다.
광고 로드중
○ 소믈리에, 파티플래닝, 흑인음악…
2009년 고려대 “음악에 맞춰” ‘사회과학계열 동아리는 몰락하고, 재미와 실용으로.’ 서울대와 고려대 동아리 가운데 최근 10여 년간 사회과학 동아리(위 사진)는 신입생을 받지 못해 폐지되는 등 명맥이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 밴드(아래 사진)나 댄스, 애니메이션 등 취미와 맞는 동아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동아일보DB
서울대에서도 스트리트댄스나 흑인 음악 등 새로운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 동아리들이 신입생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대 스트리트댄스 동아리 H.I.S 소속 온대권 씨(25·재료공학부 05학번)는 “최근 신입생들에게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로 올해는 140명이나 지원서를 내서 3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념보다는 재미와 실용
사회과학 동아리의 쇠퇴는 10여 년 전부터 두드러진 ‘탈이념’ 현상과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동아리연합회 회장 임용수 씨(26)는 “사회과학 분야의 동아리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이념이나 민주화 등의 구호는 이제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며 “음악, 춤 등 재미가 있거나 실질적으로 취업 등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회가 학생의 관심을 한쪽으로 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의 한 사회과학 분과 동아리 회장은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기업이 원하는 경제학, 경영학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처럼 자본주의와 철학에 대해 논하는 학생을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로 인식하는 한 사회과학 동아리는 예전처럼 인기를 모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