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동해의 어느 리조트에 다녀왔다. 해돋이로 유명한 그 곳에는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장소가 있는데, 각양 각색 소원의 모양만큼이나 다채로운 동전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종당에 저 동전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갈까’ 세속적인 고민을 하며 지나가려는 찰나, 내 등 뒤의 남자 한 분이 엄숙한 목소리로 외치며 동전을 던졌다 “롯데 자이언츠 우승!”
이럴 수가, 여기까지 와서 야구팬 동지를 만나다니. 달려가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그 분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음성을 소거하고 보았다면 아마‘고시 합격’내지는‘로또 당첨 기원’으로 오해할 지경. 왜 아니랴. 1999년에 우승을 맛본 나도 우리가 우승을 했었는지 말았는지 가물가물한 지경인데,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은 1992년 아니던가!
우승을 향한 팬들의 염원은 비 야구팬은 물론이고, 야구 관계자들조차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리라. 떡 한 조각, 양말 한 짝 내게 보탬 되는 게 없음에도, 일신상의 어떤 영화보다도 더 간절히 바라니 말이다. 잊을 수 없는 가슴 벅찬 환희였으며, 때때로 떠올려 빙긋이 웃을 수 있는 고마운 추억이자, 그 어떤 소원보다도 절실한 꿈이니…. 행여 그 간절한 마음으로 각종 미신과 주술에 기대 본다 한들, 그 누가 비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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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야구선수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에 관심이 많다. 야구계 변방에서 꾸준히 팬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