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입국 9명 합동심문 北출신지역-학교 질문에 제대로 대답 못하다 실토
탈북자 6명과 함께 중국에서 배를 타고 넘어온 중국 동포 3명은 정부 조사 초기에 탈북자 행세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합동심문조는 “자신들이 북한에서 탈출한 남매라고 주장한 이모 씨(42)와 여성 이모 씨(38), 그리고 여성의 딸(6) 등 3명이 처음에는 탈북자라고 주장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중국 동포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정부 합동심문조에는 국가정보원, 군, 해경, 경찰,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등 10여 명이 참여했다.
이에 앞서 합동심문조는 24일 오후 6시부터 4시간 반 동안 전북 군산항 1부두 해경 전용부두 시설에 정박된 군산해경 소속 경비함 271함(250t급) 선실에서 이 씨 등 3명을 조사하면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씨 등이 북한 출신 지역이나 출신 학교를 묻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 것. 합동심문조 관계자는 “이 씨 등이 처음에 탈북자라고 거짓말을 했다가 북한 전문가들의 조사가 진행되자 부모들이 북한 출신이며 자신들은 중국에서 태어났다고 진술을 바꿨다”고 말했다.
또 합동심문조 조사 과정에서 이 씨 등은 자주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조사에 이 씨 등은 남매가 아니며 처음 만난 사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심문조 사이에서 이 씨 등 중국 동포 3명이 탈북자 6명 사이에 끼어 밀입국을 시도하려 했다며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이번 탈북을 주도한 김성은 갈렙선교회 목사는 “이 씨 등이 북한 자강도 출신으로 남매가 분명하며 중국 산골에서 어렵게 생활하다 남한행을 선택했다”며 “최소한 이 씨 등이 탈북자인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마친 후 추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산=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김성은 목사 “이번 탈북소식에 우리가족도 구해달라 전화 쇄도” ▼
기획입국 주도
“최대 30명이 탈북할 예정이었는데 도중에 이런저런 이유로 탈락자가 많이 생겨 참 안타깝습니다.”
24일 서해를 거쳐 전북 군산항에 도착한 ‘기획 탈북’을 주도한 충남 천안의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47)는 “당초 탈북을 희망한 사람이 30명가량이었는데 최종적으로 9명으로 줄었다”며 “탈락자의 상당수는 일반 브로커와 달리 우리가 탈북 비용을 받지 않자 인신매매를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막판에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족은 갑작스러운 연락 두절로 결국 함께 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또 “이번 탈북자 가운데에는 ‘인민열사’의 손자 김모 씨가 포함됐다”며 “김 씨의 조부는 김일성의 부친 김형직과 항일운동을 함께했다는 사실이 북한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천안시 쌍룡동 주택가 상가 건물에서 갈렙선교회를 운영하면서 북한 주민의 탈북뿐 아니라 남한 내 탈북자의 정착도 돕고 있다. 후원자 120여 명과 언론 보도 등을 보고 연락해 오는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탈북 비용을 충당하며 교회에 나오는 탈북자 및 자녀들의 교육과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이번에 대거 탈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저녁부터 국내 탈북자들에게서 ‘우리 가족도 좀 (북한에서) 구해 달라’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