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도전 1년만에 2시간 9분대… 마라톤 ‘10년 재목’ 떴다
한국마라톤 샛별의 환호 한국마라톤 샛별의 환호 정진혁(건국대)이 2위로 결승선을 끊으며 오른손을 번쩍 들고 있다. 그는 세 번째 풀코스 완주에서 2시간9분28초로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역대 대학생 최고 기록을 세워 포스트 이봉주 시대를 열 한국 마라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풀코스 입문 1년 만에 2시간 9분대에 진입한 정진혁(21·건국대)의 혜성 같은 등장에 한국 육상계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정진혁은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41)과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1)에 이어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 마라톤을 이끌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 위원장은 “줄곧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 가능성이 무한한 선수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2시간 7, 8분대도 가능했을 것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진혁은 20대 초반에 한국 마라톤의 대들보가 된 황 위원장과 성장 속도가 비슷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멀리뛰기로 육상을 시작한 그는 중학교 때 중거리 선수로 전환한 뒤 줄곧 5000m와 1만 m를 뛰었다. 풀코스 도전은 스무 살이 되던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이 처음이었고 2시간15분1초의 기록(국제 10위, 국내 5위)을 작성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황 위원장도 21세가 되던 1991년 제62회 동아마라톤(당시 국내 대회)에서 풀코스를 처음 뛰었고 2시간12분35초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끌었다.
정진혁은 자신에게 몰린 관심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유지하는 평정심까지 보여줬다. “저에게 만족이란 건 없어요. 오히려 레이스 운영에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그는 “30km 지점에서 혼자 치고 나간 건 결과적으로 잘못이었다. 경험 부족인 것 같다”고 했다. 당초 35km 지점에서 승부를 걸 생각이었지만 워낙 페이스가 좋아 일찍 승부를 건 것이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었다는 주변의 얘기에 대해서도 “항상 좋은 조건에서만 뛸 수는 없다”며 “오히려 비가 와서 더 악착같이 달렸을 수도 있다”고 웃으며 받아넘겼다.
“8월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2시간8분대에 진입한 뒤 내년 런던 올림픽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이미 황 위원장 이후 20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한편 현역 선수 가운데 국내 1위 기록(2시간8분30초)을 보유한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 우승자 지영준(30·코오롱)은 고열을 동반한 감기 몸살로 출전하지 못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