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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진우]UAE 유전확보는 자원외교의 큰 수확

입력 | 2011-03-19 03:00:00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009년 말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이어 최근 10억 배럴 이상의 아부다비 유전 개발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가 석유매장량 세계 6위의 자원부국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자원빈국의 취약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이어 세 번째로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UAE에서 직접 유전 개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 석유 공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자원은 없지만 인프라산업이 강한 우리나라와 자원은 풍부하지만 인프라산업이 약한 UAE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양국이 상호보완적 경제협력 모델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UAE는 자원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 발전과 정유 등 인프라산업 발전을 통해 미래의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규모 정유설비를 갖고 있고 세계에서 6번째로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는 우리의 역량과 압축성장 경험은 그들의 국가 발전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유전 개발 수준이 메이저급 기업과 큰 격차가 있는데도 대규모 유전을 내준 것은 아부다비 왕실 측에서 그러한 우리의 저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앞으로 100년간 UAE의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임무를 다할 것”이라는 우리의 설득이 주효했다는 보도가 이를 시사한다. 지난번 원전 수주가 이번 대형 유전 개발 사업으로 이어졌듯 앞으로도 양국 파트너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UAE 유전 개발 참여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자원을 확보하는 데 자원외교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UAE가 1970년대 자원산업을 국유화한 이후 우리에게 처음으로 유전 개발 투자를 허용한 것은 한국의 자원 개발 실력보다는 우리의 끈질긴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물론 외교적 노력만이 유전 확보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고 원전 수주 이전부터 쌓아온 관계나 한국의 인프라 기술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UAE 측 역시 유전 개발 참여 허용에 따른 자국의 이익에 대해 다각적인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978년 일본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던 외국인에 대한 유전 개발 투자를 3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허용한 것은 지도층의 결심이 아니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들의 마음을 연 것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전개한 우리의 집중적인 외교공략의 영향이라고 본다. 따라서 아부다비 유전 개발 참여를 계기로 메이저나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우리의 자원 개발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자원외교 전략을 강화했으면 한다.

많은 자원부국은 UAE에서 원자력에 이어 대형 유전 개발에까지 나선 우리나라를 주시할 것이다. 특히 소수 선진국만 수주하던 원전 건설과 함께 광구 운영과 기술능력이 탁월한 메이저 기업에만 허용되던 아부다비 유전 개발에 우리나라가 참여함으로써 에너지 인프라와 자원 분야에서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앞으로 UAE와 상생 협력을 강화하면서 이를 자원부국과의 협력모델로 삼아 중동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의 자원 보유국으로 진출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대형 유전을 약속받았지만 유전 개발을 위한 정식 계약을 할 때까지 광구 매입가격 결정, 재원 조달 등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또 고유가와 함께 첨예한 자원경쟁 환경에서 다른 나라들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훼방을 놓을 수도 있다. 이제 유전 확보의 축배를 내려놓고 남은 과제를 차분히 준비해야 할 때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