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독식해 오해사지 말라” 의미
‘개업을 축하합니다. 번성하세요. 적당히.’
최근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앞 법조타운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한 전직 검사 A 씨(37)가 받은 격려금 봉투에 적힌 문구다. 이 문구는 이날 개업식에 참석한 B 변호사(51)가 쓴 것. 그는 “새롭게 출발하는 후배에게 열심히 소송을 맡되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에서 ‘적당히’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회사에 대한 파행 인사와 특정 변호사와의 유착 의혹으로 불거진 ‘선재성 전 광주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 사태’가 광주지역 법조계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너무 잘나가면 총 맞는다”는 인사말이 유행이다. 판사들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관련 진정사건을 내사 중인 검찰도 변호사나 판사와의 만남을 기피하고 있다. 광주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선 전 부장판사가 사법연수원으로 떠난 마당에 누구라 할 것 없이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법조계 분위기가 냉랭해지면서 광주지법 관내에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 80여 곳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판사들이 융통성 없이 업무를 처리하면 기업회생 절차가 까다로워져 회사를 되살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