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제정 ‘조선후기 이후 유적 발굴 제한’ 法조항 싸고 문화재청-고고학계 대립
《“과잉 발굴을 막고 발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소중한 문화유적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문화재청이 올해 2월 제정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 관련 법령 가운데 ‘발굴 제한 및 금지’ 조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2월 제정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달 이 법률의 시행규칙과 ‘발굴조사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문화재청의 취지는 지표조사 발굴 등 매장문화재 조사의 남용을 막아 사회적 비용(발굴비용은 대부분 사업자가 부담)을 절감하자는 것. 그러나 고고학계는 “실제 내용을 보면 취지와 정반대로 문화유적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09년 서울 남산의 서울성곽터에서 발굴된 조선신궁 비석 기단. 조선신궁은 1925년 조선총독부가 지은 건물이다. 문화재청이 새로 제정한 발굴조사 기준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이후의 매장 유적은 발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일제강점기 유적 등의 발굴조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DB
○ 고고학계 “유적 파괴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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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이후도 필요한 경우에는 발굴을 해야 한다. 발굴 실시 여부는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판단해 결정할 일이지 애초부터 기준을 정해놓고 발굴을 하라, 말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를 빌미로 현장에서 유적이 나와도 사업자들이 이를 파괴할 우려가 높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 문화재청 “국민을 위한 발굴 기준”
고고학계는 발굴 조사요원의 기준(시행규칙 제14조)도 문제 삼고 있다. 조사원 자격기준을 지나치게 현장 실무경력 중심으로 바꿔 대학에서 연구를 병행하면서 학술적 전문지식을 습득한 자는 절대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매장문화재 발굴은 단순 기능만이 아니라 학문적 전문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영 한신대 교수는 “발굴기준과 관련해 지난해 의견도 제시하고 용역 결과도 제출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잘못이 바로잡힐 때까지 결연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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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