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사장, 단순 제조업자論 반박
2일 경기 수원시의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사진)은 이렇게 단언했다. 삼성이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TV까지 구글에 OS를 내주면 하드웨어만 만드는 ‘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 윤 사장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본보 2월 23일자 B3면 삼성, 구글TV 생산 ‘좌고우면’, 왜?
구글이나 애플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의 강점이 스마트TV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윤 사장이 자신감을 갖는 근거다. 스마트TV에서는 앱의 숫자도 절대적으로 부족할뿐더러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는 구글, 애플의 앱들이 화면이 훨씬 큰 TV로 보면 해상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윤 사장은 “전 세계에서 자신이 개발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모두 갖고 있는 기업은 삼성을 포함해 몇 안 된다”며 “우린 자체 플랫폼을 갖고도 얼마든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은 스마트TV 전용 OS는 물론이고 TV 안에 들어가는 각종 구동 칩 등 시스템반도체도 독자 생산하고 있다. TV의 핵심 부품인 시스템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으면 OS를 좀 더 빠르고 완전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지난해 소니에 앞서 구글로부터 스마트TV 참여 제의를 받았지만, 인텔의 시스템반도체를 써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스마트TV의 미래에 대해선 관련 업계와 협력 모델을 구축해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개인화된 기기인 스마트폰과 달리 온 가족이 보는 TV는 다양한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구글TV나 애플TV 사업이 벽에 부닥친 것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정도를 제외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영화, 음반 등 콘텐츠 공급업체와 잘 협력해서 시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근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LG전자와의 3차원(3D) TV 논란을 꺼내자 윤 사장은 특유의 직설화법을 쏟아냈다. 그는 “해외에선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법률이 우리처럼 말랑하지 않다”며 “(잘못된 제품 정보를 제공하면) 외국에선 소송감이기 때문에 해상도나 시야각 얘기를 함부로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수원=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