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평정,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점프볼-루키 제공
2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끝난 제48회 춘계 전국남녀중고연맹전에서는 농구 2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결승에 오른 용산고 가드 허웅(18)은 프로농구 KCC 허재 감독의 맏아들. 4연패를 노린 용산고를 65-60으로 꺾고 14년 만에 대회 정상에 복귀한 경복고의 센터 이종현(17)은 허 감독의 중앙대 1년 후배로 아마추어 기아에서 센터로 뛴 이준호 씨의 아들이다. 4강전에서 용산고에 아쉽게 패한 광신정산고에는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의 장남 이동엽(18)이 에이스로 뛰었다. 이 세 명은 지난해 청소년대표로 뽑혔으며 6월 라트비아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표로도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피는 속일 수 없다는 듯 한국 농구를 이끌 유망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 삼인 삼색
206cm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이종현은 서장훈 하승진의 뒤를 잇는 차세대 센터로 주목받고 있다. 몸싸움이 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리면서 98kg에 머물던 체중을 115kg까지 불렸다. 평균 16득점에 11리바운드로 매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한 셈이다. 야투 성공률이 80%에 육박해 잡으면 한 골이란 얘기를 듣는다. 이종현은 “우승 부담에 실수가 많았다. 다음엔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찌감치 아빠 몰래 농구공을 잡은 이동엽(194cm)은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번갈아 맡다 지난해 대형 포인트가드로 변신했다. 어린 나이에도 풍부한 경험을 지녔다. 이 대회에서 평균 17득점에 리바운드도 6.6개를 잡았다. 수비감각이 탁월해 가로채기를 25개나 했다. 이동엽은 어시스트상과 수비상을 수상했다.
이들에 대한 대학의 스카우트 공세도 뜨겁다. 허웅은 허 감독의 모교 중앙대로, 이동엽은 고려대 진학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2학년인 이종현은 벌써부터 몇 개 대학팀에서 열띤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 바스켓 부자의 애환
아들 역시 아버지의 후광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아버지가 선수 때는 이랬는데’라고 비교당하는 게 달갑지 않다. 아직 갈 길이 먼 허웅 이동엽 이종현은 “누구의 아들로 불리고 싶지 않다. 앞으로는 아버지를 누구의 아빠로 불리도록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여고부에선 인성여고가 숙명여고를 77-61로 꺾고 4년 연속 우승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