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전 지검장은 신문 인터뷰에서 “살아 있는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보다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벌은 교묘하게 수사를 방해했고 법무부도 우리를 지치게 했다”고 말해 정권 또는 법무부가 한화 비호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고검장급 인사에서 김준규 검찰총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비는 쓰러지고 제갈량은 떠나는 형국”이라는 김 총장의 토로는 법무부-검찰 갈등설에 기름을 부었다. 김 총장은 남 전 지검장을 ‘장비’로 빗대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 같다.
▷남기춘은 검찰에서 ‘강골 검객’으로 통했다. 2003년의 대선자금 수사 때 노무현 정권의 실세 안희정 씨(현 충남도지사)와 여택수 씨, 현대그룹 비자금 수사 때 박지원 씨(현 민주당 원내대표), 2004년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최근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구속은 그가 직접 수사했거나 지휘한 작품이다. 영장이 기각되면 발부될 때까지 청구를 계속할 정도로 집요했다. 조선 말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승지(정3품) 남종삼의 종손이어서 강골 DNA를 타고났다는 말도 나온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