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에 제한없이 ‘A’ 부여 가능… “변별력 약해” 대학별고사 힘실려
예를 들어 수학 ‘행렬’ 단원에서 행렬 성질을 증명할 수 있다면 인원에 관계없이 A, 다소 복잡한 행렬을 덧셈·뺄셈할 수 있다면 B, 간단한 덧셈·뺄셈을 할 수 있으면 C 등으로 성적이 정해진다. 한국교육개발원 발표안에는 성취도가 90점 이상이면 A, 80점 이상이면 B라는 식의 기준이 제시됐다.
F(50점 이하)를 받는다고 졸업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계절학기나 방과후 수강, 타 학교 교과목 수강, 특별과제나 시험 등을 통해 재이수하면 과거 기록은 삭제된다. 다만 재이수 횟수는 1회로 제한된다.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은 성적표에 과목별 원점수와 평균점수를 당분간 기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 성적관리 부실 학교에는 주의, 경고를 주고 과도한 성적 부풀리기를 한 교원은 성적 관련 비위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는 등의 방안도 내놨다.
대학이 각 고교의 성적관리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시도교육청이 평가 결과를 감독하는 시스템도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큰 의미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박정선 연세대 입학사정관은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고교마다 시험을 쉽게 출제할 것”이라며 “내신이 실수를 얼마나 안 하느냐를 재는 수단이 돼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된다고 예고됐기 때문에 학생을 거를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대학별고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영덕 대성학원 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이제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대학별고사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교육 파행과 사교육비 증가도 우려된다. 대구 A여고 교사는 “지방 학교들은 논술 면접 적성검사 등을 준비시키기 어려워 지금도 공부 잘하는 학생만 모아 외부 강사를 부르거나 방학 때 서울에 가게 하는데 이제 모든 학생을 대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B고 교사는 “강남 등 사교육에 유리한 일부 지역 학생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