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적 리더십? NO!… 당신의 나약함을 공유하라
HBS 제공
스눅 교수는 “리더가 자신의 실수나 한계를 공개할 때 조직원들과 투명하고 인간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조직 역량이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DBR 75호에 실린 스눅 교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
―진정성 리더십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나는 누구이고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평생을 다해 찾아가는 여정이다. 진정성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핵심은 ‘스스로에게 진실해야 한다(to be true to yourself)’는 메시지다.
진정성 리더십은 자기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할 뿐 어떤 특정한 리더십 스타일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틀리다고 보지 않는다. 대개 특정 리더십 스타일을 요구하는 다른 리더십 이론들과 차별화된 접근이다.
예를 들어 ‘섬김의 리더십’ 이론은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진정성 리더십 이론에선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그동안 자신의 삶이 다른 이들을 섬기거나 이타적인 삶과 거리가 멀었다면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게 핵심 가치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본인의 성격과 잘 맞지 않는데도 단지 남들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무조건 섬기는 리더가 되려 한다면 그건 진정성 있는 리더가 아니다.
진정성 리더십에선 어떤 스타일이건 당신 스스로에게 진실되기만 하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건 스스로가 누구인지, 나의 ‘진북(true north)’은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어떤 리더십 스타일을 발현할지는 사람에 따라, 또 각각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특정한 상황에 적합한 리더십 스타일이 있을 듯하다. 급박한 위기 상황에선 강력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더 위력적이지 않나.
자아인식은 나의 본질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는 무엇인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상황인식은 그때 그때 내가 처한 특정 상황이 어떠한지, 그 상황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자기조정은 어떻게 통솔하느냐의 문제로 리더십 스타일을 뜻한다.
진정성 리더십 이론에서 리더십 스타일(자기조정)은 주어진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상황인식)은 물론 당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인식(자아인식)에도 기반을 둬야 한다. 분명 특정한 상황이 리더십 스타일에 영향을 끼치는 건 맞지만 주어진 상황만이 유일한 변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황에 따라 스타일이 변하더라도 그런 모습들이 당신 자신의 본질과 어긋나서는 안 된다.
―자아인식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나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 이른바 이력서용 이야기, 즉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영웅 이야기’가 있고, 부끄러워 남들에게 숨기고 싶어 하는 ‘자기 불신 이야기’가 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HBS 학생들도 겉으로는 모두 자신감에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있다. 단지 그걸 서로 공유하지 않을 뿐이다.
자아인식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이런 상반된 이야기, 즉 ‘경쟁 담화(competing narratives)’를 잘 파악해야 한다. 자기불신도 진정한 나 자신을 이루는 일부분이라는 걸 인정하고 영웅 이야기와 자기불신 이야기를 모두 다 끌어안아야 한다.
―리더십과 관련해 버려야 할 통념이 있다면….
대부분의 리더는 부하 직원들에게 약하게 보이기를 꺼린다. 실수를 인정하거나 두려움을 표현하면 사람들이 우습게 보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래서 영웅적 리더십 모델에선 스스로에게 ‘나는 언제나 강해야 하며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주문을 걸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진정성 리더십 이론에선 자신의 실수와 약점, 나약함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지도자와 추종자 간 훨씬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진정성 리더십은 영웅적 리더십에 비해 훨씬 더 총체적이고 투명하며 인간적인 접근법이다. 이젠 리더가 항상 모든 문제에 답을 갖고 있어야 하며 어떤 위험이 닥쳐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집착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 상호존경 바탕으로 팀원들에게 권한을 나눠줘라 ▼
―하지만 많은 사람은 리더가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을 보기 싫어할 것 같다. 특히 위기 상황에선 더 그렇지 않겠나.
물론 평상시엔 주변 사람들과 아무런 감정도 공유하지 않고 있다가 위험이 닥쳤을 때 갑자기 무섭다고 표현해선 안 된다. 그건 일관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성 리더십에서 투명함이 중요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평소에 주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해야 한다. 이런 투명성이 전제됐을 때 위기 시 자신의 약점을 공유하는 리더의 행동이 조직원들에게 분열과 혼란이 아닌 화합과 단결을 가져올 수 있다.
―진정성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리더가 모든 문제에 답을 가지고 혼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문제에 대한 답을 실제 실행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줘야 한다. 사실 우리는 리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 실제로 이렇게 하면 당장은 모두 편할 수 있다. 아랫사람은 어찌됐건 문제가 해결됐으니 좋고 리더는 아랫사람을 도와줬으니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상황에선 직원들이 성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 리더에게 모든 문제 해결을 떠넘기면 지도자와 추종자, 상급자와 하급자 간 종속적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성 있는 리더는 당장은 답답해도 궁극적으로 팀원들이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상호 존경을 바탕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자신이 모든 일을 통제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릴 때 리더는 개인적인 욕심에서 벗어나 다른 리더들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때에야 비로소 모두가 공유하는 목적을 향해 동료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케임브리지=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스콧 스눅 교수는
미국 육군사관학교(West Point)를 졸업했으며 육군훈공장(Legion of Merit), 청동성장(Bronze Star) 등을 받은 군인 출신 학자다. 그는 2002년 대령으로 전역하기 전까지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행동과학 및 리더십을 강의했으며 ‘리더십과 조직연구센터(Center for Leadership and Organizations Research)’를 이끌었다. 하버드경영대학원(HBS)에서 경영학석사(MBA)와 조직행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현재 HBS에서 ‘진정성 리더십 개발(Authentic Leadership Development)’ 수업 등 리더십 관련 강의를 맡고 있다. 다양한 저술 활동과 함께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기업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 활동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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