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동물 학대는 그리스 학자들이 포유동물을 산 채로 해부한 데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동물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에게 자비를 베풀 의무가 없다고 했다. 17세기 정신과 육체의 이원론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사람이나 동물 모두 기계인 점은 다름없지만 사람만이 이성을 갖고 있어 고통을 느낀다며 동물을 다룰 때 동물이 내는 비명은 단지 기계가 돌아갈 때 나는 ‘삐걱’ 소리일 뿐이라고 했다. 그 후 동물 학대는 곰을 쇠사슬로 매어 놓고 개들이 물어뜯게 하기, 투견, 투계, 투우, 로데오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동물 학대를 막는 동물보호법안이 1800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상정되었을 때 맹렬한 반대에 부닥쳤다. 이유는 노동계급이 누리는 영국의 전통 놀이가 박탈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1822년에야 ‘소 취급법’이 통과되고 10여 년 후엔 개와 고양이도 보호받게 되었다.
동물이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로는 그들이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으며 자기 인식을 비롯해 상당한 사고능력과 감정을 가진다는 데 있다. 그래서 ‘동물해방’의 저자인 미국의 피터 싱거는 이탈리아의 동물해방론자인 파올라 카발리에리와 함께 과거부터 당연시되었던 종간 차별을 없애 유엔으로 하여금 우선 ‘유인원 권리선언’을 채택하게끔 유도하자는 ‘유인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제인 구달과 리처드 도킨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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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 TV에서 개가 끔찍한 방법으로 도살되는 장면을 보고 종종 먹던 보신탕을 딱 끊었다. 보신탕 애호가들은 이것은 한 나라의 전통과 문화의 문제이므로 불가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류의 근대사를 보면 인종 차별, 여성 차별, 그리고 오늘날에는 동성애자 차별까지 무너지며 보편적 가치가 바뀌고 있다. 바야흐로 종 차별 철폐의 문턱에 들어섰다.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
이병훈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