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간직한 작은 절은 ‘자연미인’이죠”
소설가 정찬주 씨
소설가 정찬주 씨(58)는 작은 절이 지닌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10년 동안 암자 400곳을 둘러보고 그중 200곳을 기행문 4권으로 엮어냈던 그가 이번에는 경상도와 전라도, 제주도의 작은 사찰 43곳에 대한 기행문 ‘절은 절하는 곳이다’(이랑)를 펴냈다. “2009년 가을 전남 화순군의 운주사를 시작으로 1년 동안 작은 절들을 많이 돌아다녔지만 우리 역사의 울림이 남아 있다고 생각되는 곳들만 추려냈다”고 그는 말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은 절이라고 하기에는 의아한, 전남 해남군의 두륜산 대흥사도 눈에 들어온다. 정 씨는 “우리 차(茶)의 맥이 조선 중기를 지나며 끊어질 뻔했는데, 그것을 다시 일으켜 세운 분이 당시 대흥사에 계셨던 초의선사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나라를 구했던 서산대사도 대흥사에 머무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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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찾는 사람들이면 그 앞에 세워진 문화재 안내문을 읽기 마련이다. 정 씨는 이제 안내문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러 안내문에서 문화재는 생명력을 잃고, 그 가치는 단 몇 줄로 규정됩니다. 더구나 일본식 한자투도 많고, 전문용어도 많이 사용됐어요. 안내문도 이제는 절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를 비롯해 그 절이 지닌 섬세한 역사까지 기록해야 합니다.”
그는 암자나 절 순례기는 이 책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절을 순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 씨는 “절을 순례한다는 것은 내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걸음걸이다. 처음에는 절이 지닌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에 반해 절을 다녔는데,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똑같은 자리인데도 풍광이 아닌 내가 눈에 들어왔다”고 대답했다.
제목 ‘절은 절하는 곳이다’는 저자가 작은 절들을 순례하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그는 “꼭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우리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조용한 절을 찾아다니다 보면, 독자들도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