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매천고 졸업 이두섭 씨“10대와 학창시절, 평생 간직”
60대 이두섭 학생이 운동장에서 10대 급우들과 함께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매천고
이 씨는 10대 때 중학교 과정을 2년 동안 다녔지만 학교가 재정난으로 폐교돼 학업을 중단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2007년 이 씨의 고교 입학 자격을 인정했다. 곧바로 이 씨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천고가 개교하자 신입생이 됐다.
이 씨는 3년 동안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똑같이 학교생활을 한 끝에 당당하게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매일 오전 4시경 채소가게 문을 열어 일을 하다 등교시간이면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가게는 가족이 맡았다. 방과 후에는 틈틈이 외국어학원에 다니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이 씨와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강경민 군(19)은 “종종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에 나이 같은 건 중요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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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손자를 얻은 이 씨는 더 실력을 쌓아 내년쯤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그는 “3년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내 인생에서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며 “집에서는 할아버지가 됐지만 늘 ‘학생’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