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남아’ 호시노 센이치 라쿠텐 감독(왼쪽 사진 왼쪽)과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삼성 감독, 그리고 ‘특급 마무리’ 김병현(오른쪽 사진). 이들 3인방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왼쪽 사진은 선동열이 주니치에서 ‘수호신’으로 불릴 당시 세이브를 따낸 뒤 호시노 감독의 격려를 받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 오른쪽은 라쿠텐 입단식에서 모자를 쓰며 포즈를 취한 김병현. 동아일보 자료 사진
○ 호시노와 선동열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 감독은 선수 시절 남에게 싫은 소리를 거의 들은 적이 없다. 그런 선 감독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호되게 꾸짖은 사람이 바로 호시노 감독이다.
선 감독은 “내 야구 인생에 그렇게 혼난 것은 처음이었다. 호시노 감독으로부터 바카야로(바보 녀석), 고노야로(이 녀석) 등 온갖 욕을 다 들었다. 그 따위로 야구할 거면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는데 2군은 세탁도 안 해 주더라. 손수 속옷을 빨며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고 회상했다. 호시노 감독은 이듬해 다시 선 감독에게 기회를 줬고, 선 감독은 주니치의 수호신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선동열과 김병현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 김병현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메이저리거 김병현을 혼낸 사람이 선 감독이다.
지각대장으로 유명했던 김병현은 2001년 한 연말 시상식장에 20분 정도 지각을 했는데 이를 본 선 감독이 김병현을 따로 불러 놓고 꾸지람을 했다. 김병현의 광주일고 16년 선배이기도 한 선 감독은 “남의 행사에 늦게 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심하게 야단을 쳤다. 두 사람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투수코치와 선수로 다시 한 번 인연을 맺었다.
○ 김병현과 호시노
김병현 역시 호시노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태도다. 지난달 30일 라쿠텐의 홈구장인 미야기 K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김병현은 “호시노 감독은 한국에서도 ‘열혈’로 유명한 분이다. 호시노 감독의 뜨거움에 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또 “중간 계투이건 패전 처리이건 팀이 맡기는 대로 내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선 감독은 “호시노 감독은 말을 듣지 않거나 훈련을 게을리 하는 선수를 싫어한다. 병현이가 성실히만 한다면 충분히 재기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22, 23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 라쿠텐의 연습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호시노 감독과 선 감독, 김병현의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