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27일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다. 특히 이슬람교도의 예배가 열리는 28일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어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83)의 정적(政敵)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69)도 27일 귀국길에 올라 반정부 시위는 28일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7일 AFP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에는 ‘주마(금요예배)’가 열리는 28일 카이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고 호소하는 글들이 대거 올랐다. 매주 금요일 정오에 전국의 모스크에서 열리는 금요예배에는 이슬람교도 수백만 명이 참여한다. 따라서 이들 중 상당수가 시위에 동참한다면 2만여 명이 모였던 25일 첫 시위보다 더 규모가 큰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200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27일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서 카이로로 떠나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정권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며 “시위에 참여한 대다수 젊은이가 나에게 이집트의 전환을 이끌어 달라고 요구한다면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권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가 시위에 가세한다면 반정부 시위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AP통신은 전망했다. 현 이집트 헌법에서 그가 대통령선거에 나서려면 의회 상하원과 지방의원 등 25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 의회를 무바라크 대통령의 집권당이 장악하고 있어 헌법 개정 없이는 대선 출마가 어렵다.
시위 사흘째인 27일 반정부 시위의 메카로 떠오른 카이로 변호사회관 앞 광장에는 1000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사흘간의 시위로 시민 4명, 경찰 2명이 숨졌고 시위대 1000여 명이 체포됐다. 카이로 등 주요 도시는 사실상 치안 부재 상태에 빠졌다고 AFP는 전했다.
한편 이번 이집트 반정부 시위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줄 것을 우려하는 국민의 경계심 때문에 더욱 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집트에서는 지난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담낭 제거 수술을 받으며 건강 이상 징후를 보이자 올 9월 대선에서 그의 둘째 아들 가말 무바라크 씨(48)가 아버지를 대신해 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현재 이집트 집권 국민민주당(NDP) 정책위원회 의장인 가말 씨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집트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주로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쌓았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시위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 열풍은 아라비아 해를 넘어 예멘으로도 번졌다. 이날 빈곤과 부패에 시달리는 예멘 수도 사나에는 1만6000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33년째 집권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과 정권교체를 요구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