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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앵무새 AI에 울다

입력 | 2011-01-26 03:00:00

국내최대 관상조류 사육장, 1만6000마리 매몰처분




국내 최대 관상(觀賞)조류 사육장이 조류인플루엔자(AI)의 직격탄을 맞아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전남도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최근 나주시 남평읍 이재준 씨(55)의 조류원에서 사육하던 관상조류 1만6000마리를 도살처분했다. 도살처분은 9일 이 씨 조류원에서 1km 정도 떨어진 한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AI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이뤄졌다. 도살처분된 관상조류는 십자매, 앵무새, 호금조, 금화조, 문조 등 15종이다. 이 씨의 조류원은 전국 관상조류 유통량의 3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 씨는 “자식처럼 키우던 새들을 모두 땅에 묻었다”며 “사육장이 정상화되려면 2, 3년이 넘게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가 키우던 관상조류가 도살처분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전국 관상조류 판매상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올해 봄 공급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 한 관상조류 판매점 업주는 “구제역 때문에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또 다른 악재까지 만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관상조류 사육업자와 판매상이 가입하는 한국관상조류협회는 AI 악재가 반복되면서 회원 수가 100명 미만으로 크게 줄었다. AI가 발생하기 전인 1998년에는 회원이 400명을 넘었다. 이정우 한국관상조류협회장(70)은 “AI에 걸리지 않는 애완조류까지 도살처분하는 것은 가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