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강철보다 강한 섬유 만들어입는 컴퓨터-미래형 군복 상용화 길터
탄소나노튜브 수백∼수천 가닥을 일정하게 꼬면 탄소나노튜브 섬유 가 만들어진다(아래사진 이어짐)
2010년 노벨 물리학상에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연구자가 선정되고 각종 성과가 발표됐다. 그러자 그래핀 이전 꿈의 신소재로 각광 받던 ‘탄소나노튜브’는 뒤안길로 밀리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초 탄소나노튜브는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신소재가 발견된 뒤 상용화 수준까지 개발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개 20년. 마침 올해는 1991년 탄소나노튜브가 발견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탄소나노튜브는 나노 규모의 세계에서 다이아몬드만큼 강하고 구리처럼 전기가 잘 통한다. 다만 이런 특성을 유지한 채 길게 늘이기 어려워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텍사스주립대 알렌 맥달마이드 나노텍 연구소는 탄소나노튜브로 기능성 섬유를 만드는 데 성공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7일자에 발표했다.
‘리튬인산철’을 넣으면 고성능 리튬 이온 전지의 특성을 가진 섬유가 나온다. 전기를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유연하고 튼튼한 옷을 만들 수 있어 입는 컴퓨터나 미래형 군복을 만들 때 쓰일 수 있다. 광촉매인 ‘이산화티타늄’을 넣으면 때를 스스로 정화하는 ‘자가 세정’ 의복의 재료가 되며 마그네슘과 붕소 입자를 섞으면 전기저항이 0에 가까운 초전도 섬유가 된다.
이때 빼곡한 부챗살 형태를 이룬 탄소나노튜브 층 위에 특정 물질을 첨가하면 탄소나노튜브와 첨가물의 특성을 함께 가진 기능성 섬유가 된다. 기능성 섬유의 단면 을 보면 탄소나노튜브와 첨가물이 어우러져 있다. 자료 제공 텍사스주립대
탄소나노튜브를 일정한 길이로 자르기 어려운 것도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강한 산성 용액에 탄소나노튜브를 넣고 초음파를 쪼여 잘게 자르는 기술은 1990년대에 이미 개발됐지만 그 원리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정밀한 공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하이브리드 계산과학센터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탄소나노튜브가 잘리는 원리를 이론적으로 계산한 뒤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12월 영국왕립학회지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KIST 이광렬 센터장은 “액체 속 탄소나노튜브는 초음파가 만든 미세한 공기방울이 붕괴할 때 공기와 액체 사이에 끼여 있다가 길이 방향으로 강하게 압축된다”며 “이때 가운데가 찌그러지며 탄소원자 일부가 튜브구조에서 튀어나간다”고 설명했다. 탄소원자가 빠져나가 약해진 부분은 쉽게 산화돼 끊어진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