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걸린 ‘바로잡습니다’
김성도 교수가 1996년에 낸 ‘그라마톨로 지’를 펼쳐 수정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아래 놓여 있는 책은 그가 재번역해 최근 에 낸 책.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5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도 고려대 교수는 책 두 권을 내밀었다. 각각 1996년과 최근에 나온 ‘그라마톨로지(De la Grammatologie)’(민음사)다. 그라마톨로지는 해체주의의 창시자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이론가인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1930∼2004)의 대표 저서. 루소 하이데거 등의 서양 학문을 언어학적으로 해체하며 생명과 죽음, 문명과 야만 등 인문학의 여러 주제를 아우른다.
파리 10대학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고 기호학 권위지 ‘세미오티카’로부터 최우수논문상을 받기도 한 김 교수가 15년 전 처음 ‘그라마톨로지’를 번역했을 때는 데리다의 생경한 개념어와 표현을 옮겼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곧 읽기 힘든 문장과 오역에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교수도 “하이데거와 루소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이 번역하였다”고 했다. 첫 책을 낸 지 1년 만에 다시 번역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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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페이지를 뜯어고쳤습니다. 번역 틈틈이 관련 학자들에게 실수를 지적해 달라고 했죠.” 김 교수는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책을 들췄다. ‘경제→경제적’처럼 작은 실수부터 ‘파생적이며→대량으로’처럼 아예 뜻이 틀린 부분까지 빼곡하게 표시했다.
새로 번역한 책에는 131쪽에 달하는 번역자 해제와 데리다가 인용한 논문 목록, ‘´ecriture=에크리튀르, 문자, 언어, 글쓰기=writing=文字言語’처럼 주요 개념어의 7개 언어 대조표 등도 실었다.
“이 책은 20세기 대표적 언어 실험가인 데리다의 저서 중에서도 가장 자주 인용되죠. 그런 만큼 되도록 많은 정보를 주고 싶었습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