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두둑해진 인구6억 소비시장, 아낌없이 쓴다
자카르타 대형마트 지난해 12월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롯데마트 ‘간다리아시티점’을 찾은 고객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마트
도로에 빽빽이 들어찬 오토바이와 자동차 때문에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교통 대란 속에서도 사람들은 마냥 즐거워보였다. 현지인 통역은 "24일엔 더 많이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쇼핑센터도 안전을 우려해 오후 6시까지만 영업한다"고 귀띔했다. 10년 전만해도 베트남에서 연말 화려한 분위기와 흥청거리는 풍경은 존재하지 않았다.
● 아세안의 지갑이 열린다
방콕 쇼핑몰 지난해 12월 중순 크리스마스를 맞아 화려하게 장식한 태국 방콕의 한 쇼핑몰에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태국 판매법인
최근 수년 사이 소득이 증가하고 쇼핑몰이 발달하면서 크리스마스는 더욱 화려해지고 있다. 갓 생겨난 쇼핑몰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최고의 이벤트 기회이기 때문이다. 쇼핑몰들은 저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특별세일을 진행하며 소비자를 유혹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도 5~6년 전부터 본격화했다. KOTRA 베트남 무역관의 과장급 직원 레밍부 씨(41)는 "10년 전엔 크리스마스가 여유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행사였는데 지금은 대중화됐다"며 "나도 아이들에게 20만 동(1만1000원)짜리 선물을 사줬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동커이 거리 최고급 쇼핑몰인 빈콤센터 앞에서 만난 32세 가장 팟(Phat)씨는 "12월에는 500만 동(29만1000원) 정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500만 동은 그의 한 달 치 월급에 가까운 돈이다.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1년 410달러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890달러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 시장은 '고급화' 중
2007년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넘어선 태국에는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소비패턴이 나타났다. 삼성전자 태국 판매법인 조철호 차장은 "태국인은 스타일리시한 제품을 좋아한다"며 "핑크색 휴대전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나라"라고 말했다. 태국인들은 2, 3년에 한 번 씩 휴대전화를 바꾼다. 얼리어댑터가 많은 한국과 비슷하다.
해외여행도 활성화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대자동차의 현지 채용 직원인 제인 차우 씨(30)는 "지난 3년간 태국, 인도네시아, 타이완, 홍콩·마카오 등 외국 4곳을 여행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평균임금 3000~4000링깃(110만~147만 원). 제인은 최근 2박3일 태국을 여행하면서 월급의 절반 정도인 1750링깃(64만 원)을 썼다. 미혼이라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 인구 5억9000만 명 거대 시장 매력
쿠알라룸프르 車매장 지난해 12월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 샤알람 지역 내 현대자동차 쇼룸에 한 고객이 찾아와 자동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아태지역 헤드쿼터
현재 아세안은 기존 자유무역지대에서 공동시장(혹은 단일시장) 성격을 지닌 아세안 경제공동체로 가는 길목에 있다. 아세안이 2015년 출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의 형성을 골자로 한다.
AEC는 역내 국가 간 상품과 서비스, 투자, 숙련 노동자, 자본이 보다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소비 측면에서는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생산 측면에서는 하나의 생산기지로 통합되게 된다. 외국 기업들은 아세안 중 한 개 국가에 공장을 세우고 물건을 만들어 타 아세안 회원국에 수출할 경우 무관세 혜택을 보게 되며, 이에 따라 아세안에 대한 투자 매력은 더욱 높아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전망 2010' 보고서를 통해 아세안이 2015년까지 평균 8% 이상의 경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세안 강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의 경제 성장률은 연 6%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덕규 KOTRA 아세안 지역전문가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층 탄탄해진 아세안은 앞으로 유럽연합(EU),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 여타 경제권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콕, 콸라룸푸르, 호치민=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