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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G20 만찬’ 등 뜻 깊은 한 해 보낸 최광식 관장

입력 | 2010-12-31 03:00:00

“박물관은 미래를 담는 그릇”




“국립중앙박물관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 환영 리셉션 업무만찬을 개최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인 일이었습니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은 미래 문화 창조의 원천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환영 리셉션 업무만찬, 고려불화 700년 만의 귀향, ‘왕오천축국전’ 1300년 만의 귀향, 관람객 아시아 1위에 세계 10위….

G20 정상회의 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해 이를 성사시킨 최광식 관장을 30일 만났다. 11월 10일 세계 정상들은 최 관장의 영접을 받아 국립중앙박물관 만찬장으로 들어섰고 박물관의 당당한 모습과 화려한 유물들은 CNN NHK 등 TV 생중계를 통해 세계로 전파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문화가 이렇게 독창적일 줄 몰랐다. 또 한국의 박물관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한국이 신흥 경제부국인 줄로만 알았지 문화가 훌륭한 나라인 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G20 회의를 통해 우리가 졸부가 아니라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린 것 같습니다.”

명품의 귀향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전에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빌려와 성황을 이뤘던 중앙박물관은 올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고려불화를 한데 모아 화제의 전시를 열었다. 지금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727년 완성)을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빌려와 선보이고 있다.

최 관장은 “고려불화와 왕오천축국전처럼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명품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고려불화의 경우 한국미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 관객이 ‘이런 명품을 왜 이제야 가져왔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우리 전통문화는 소박하고 검소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화려하고 우아하고 섬세한 문화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는 말이었습니다. 고려불화 전시를 통해 한국미, 한국의 아름다움의 반쪽을 되찾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몽유도원도, 고려불화, 왕오천축국전을 빌려올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최 관장은 설명했다. 2009년 관람객 273만 명으로 아시아 1위에 세계 10위(2010년 4월 발표), 2010년 아시아유럽박물관네트워크(ASEMUS) 의장기관 선임 등이 이를 방증한다.

최 관장은 늘 “박물관은 미래를 담는 그릇”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의 유물은 과거의 것으로 그치지 않고 미래 문화 창조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물관과 문화재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 고려불화 등을 보면 다양한 모티프와 영감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살아 숨쉬는 아이디어의 원천이죠.”

내년 최 관장의 목표는 내적으로는 중앙박물관의 내실화, 외적으로는 국제화다. 연구와 전시 역량을 더 키우고 문화재 기증기부 운동을 확산시키며 세계 유수의 박물관과 경쟁하면서 박물관의 소프트웨어를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이와 함께 수요자 입장도 늘 생각해야 합니다. 내년의 키워드를 공감으로 정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현재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이 열리고 있다. 최 관장은 이에 대한 평가도 빠뜨리지 않았다.

“왕오천축국전은 세계 4대 문명 기행서입니다. 8세기에 걸어서 인도와 서역 페르시아를 거쳐 구법(求法)기행을 했다니….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고난을 뚫고 4년간 대장정을 감행한 혜초의 탐험정신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연말연시에 왕오천축국전의 원본을 직접 본다면 미래의 의지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년엔 ‘한국의 초상화’ ‘바로크와 로코코’ ‘바티칸 박물관전’ 등 대형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