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전야 연평도 표정
“이땅에 평화를” 연평성당의 크리스마스 24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성당에서 성탄전야 미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연평도 주민 두 명이 구유(가축들에게 먹이를 담아주는 그릇)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의 포격 도발로 피해를 본 연평도 주민들은 차분한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어둠이 내린 연평도에서 가장 크게 들리는 것은 파도와 바람소리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포격 전까지만 해도 어선포구 앞은 사람 사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한밤중에도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낚시꾼이 있었고, 고기잡이 나갔다가 돌아온 어부들은 마을 노래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목청을 돋우었다. 지금은 웃돈을 얹어 준대도 바다에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배를 띄우는 선주들은 최근 배추를 100포기나 절여 김장을 담갔다. 내년 바다에 나갈 선원들이 먹을 김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도시에선 화사한 조명과 크리스마스캐럴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지만 포격의 회오리가 지나간 연평도에서는 떠들썩한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었다. 그저 ‘차분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연평도의 유일한 성당인 연평성당의 김태헌 신부는 이날 오후 8시 섬에 남은 10여 명의 신자와 군인들과 함께 성탄전야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가 끝나고 컵라면을 끓여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조촐한 ‘생일파티’를 열었다. 연평교회 송중섭 목사(44)도 이날 10여 명의 신자들과 포격 흔적이 남아있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찬송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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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