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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방형남]중국이라는 불편한 이웃

입력 | 2010-12-25 03:00:00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3시가 되면 베이징 시내 중국 외교부 남쪽 청사 2층 기자회견장에 1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든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큰 사건이 터졌을 때는 참석자가 200명을 넘어선다. 언제나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 외국특파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처럼 매일 브리핑을 하지는 않지만 어느덧 중국 외교부 기자회견도 미국 못지않은 세계적 뉴스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中의 게임 바꾸기와 北편들기

중국 외교부의 기자회견 준비는 치밀하다. 대변인은 화요일과 목요일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관련부서 책임자들과 회의를 열어 발표할 내용과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한다. 발언할 내용은 외우다시피 한다. 그러다 보니 기자회견장에서 대변인이 하는 발언과 답변은 모두 합의되고 준비된 것들뿐이다. 아무리 어려운 질문이 나와도 즉흥 답변은 없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에 3명의 외교부 대변인이 돌아가며 3개월씩 기자회견을 담당한다.

중국이 어떤 나라를 지향하는지를 알 수 있는 단초가 외교부 기자회견에 숨어 있다. 중국은 정부 부처의 기자회견을 자국의 정책을 관철하고 선전 전략을 실행하는 통로로 이용한다. 중국의 언론과 출판을 총괄하는 공산당 중앙선전부의 고위 관리는 최근 “중국은 국제여론전쟁을 선도해야 한다. 우리에게 우호적이고 유리한 여론 환경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오른 중국의 경제력을 바탕 삼아 피동적 정보 수용자에서 능동적 정보 생산자로 변신하려는 것이다.

미국 학자들은 중국의 이런 모습을 ‘게임 바꾸기(Game Change)’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기자회견을 여론전쟁의 제1전선으로, 언론보도를 제2전선으로 동원한다. 외교부 대변인이 준비되고 합의된 발언만 하듯 관영언론은 정부의 지시와 방침을 외우는 앵무새 역할에 충실하다.

중국의 게임 바꾸기 충격이 가장 빨리, 가장 강하게 닥친 곳이 한반도다. 중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저지른 북한을 감싸기 위해 올 한 해를 바쁘게 보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김정은이 당대표자회의에서 사실상 후계자로 확정되자 “북한의 내부 사무”라는 말로 비켜 갔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서해훈련을 하지 말라”고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했다. 중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헌법 서문에 ‘외교에 관한 5개 원칙’으로 규정돼 있는 ‘내정 불간섭’을 상황에 따라 편의대로 해석했다. 정부가 앞장서니 언론이 남의 나라 훈련을 비난하며 “중국은 한국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 적지 않다”는 협박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對中인식도 변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많은 한국인이 중국의 관리와 학자를 만났을 때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중국인들은 “한국민의 30%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믿지 않는데 우리더러 북한을 비난하라고 하느냐”며 역공세를 폈다. 연평도 포격이 터지자 중국은 “남북이 분쟁지역에서 벌인 교전 아니냐”는 억지논리를 들고 나와 러시아도 동참한 북한 비난을 거부했다.

우리에게 2010년은 중국의 실체를 절감한 한 해였다. 미국의 충격도 크다. 미 외교관계협회 아시아연구소장 엘리자베스 이코노미는 봉쇄정책, 개입정책, 봉쇄적 개입정책(congagement)은 물론 미중이 공존하는 G2 개념도 세계에 군림하려는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에는 부적절하다며 전략적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60년 전 중국군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오래전에 북한은 소멸하고 한반도는 통일이 됐을 것이다. 중국은 핵을 끌어안고 마지막 발악을 하는 북한을 두둔하며 다시 통일을 방해하려는 것인가. 중국은 우리에게 점점 불편한 이웃이 돼가고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