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남몰래 선행을 베푸는 몰래 산타 프로그램이 서울 자치구 및 경기도내 일선 시군에서 진행된다. 송파구에서는 몰래 산타를 자처한 봉사자 43명이 24일 오후 7시 저소득 가정, 한부모 가정 아이들의 집을 방문해 선물을 나눠 주는 ‘2010 송파 사 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 행사가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행사 모습. 사진 제공 송파구
2008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중고품 상점. 한 주부가 중고 모포를 사러 들렀다. 난방비를 낼 돈이 없는 이 주부는 모포 하나로 겨울을 나려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남자가 그에게 100달러짜리 지폐 두 장을 건넸다. 선글라스를 쓴 이 남자는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라”는 말만 남기고 가게를 나섰다.
2년이 흘렀지만 이 사연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남을 돕는 이른바 ‘몰래 산타(시크릿 산타)’들에겐 일종의 ‘로망’처럼 여겨진다. 이들은 ‘시크릿 산타 월드’(www.secretsantaworld.net)라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 미국, 유럽 등 해외에만 국한됐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도 몰래 산타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서울 자치구 및 경기도내 일선 시군에서 대규모 봉사 활동을 계획 중인 몰래 산타가 많이 생겨났다. 이들의 올해 계획표를 알아봤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7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40대 아저씨 아줌마까지 43명의 사람들은 송파구 거여동 송파시민연대 앞에 모인다. 이들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송파구 내 저소득가정, 한부모가정 등을 돌며 아이들에게 선물도 주고 율동 및 공연도 보여준다. ‘2010 송파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이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제대로 된 몰래 산타를 만들기 위해 행사를 주관하는 송파시민연대는 12, 13일 이틀 동안 참가자 43명을 불러 오리엔테이션(일명 ‘산타 학교’)을 열기도 했다. 김현익 송파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자비 베푸는 행사가 아니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양천구에서는 ‘산타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23일 오후 3시 양천구청 지하상황실에서 열리는 ‘해피 크리스마스 행복 축제’ 행사는 새마을지도자 양천구협의회가 주최하는 프로그램. 몰래 산타로 변신하는 새마을 지도자 35명은 양천구 내 소년소녀가장 35명에게 겨울 점퍼를 선물하고 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도 만든다. 같은 날 오전 9시 성동구에서는 ‘산타 엄마’가 나타난다. ‘성동구제과제빵봉사단’ 소속 아줌마 회원 55명이 케이크와 쿠키를 직접 만들어 저소득층 학생들을 포함해 구내 35개 시설 아동들에게 전달해줄 예정이다. 성동구제과제빵봉사단은 구청 내 제과·제빵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교육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봉사단체다.
○ 재능을 선물하는 산타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