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사격훈련 모습이 담긴 사진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유는 “북한군이 도발하지 않아서…”였다. 앞서 20일 오전에는 기자들의 국방부 브리핑룸 출입을 언론사당 2명으로 제한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대형 이슈의 취재를 위해 국방부에 도착한 기자들은 국방부 정문 앞에서 몇 시간씩 발이 묶였다. 국방부는 언론사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결국 기자 수 통제를 철회했다. 취재기자 수 통제는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도발 사건 때도 없었던 조치다.
중요한 군사기밀은 마땅히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20일 군이 공개할 수 없다고 고집한 내용들이 과연 국민의 알 권리에 앞서는 군사기밀이었을지 의문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불과 하루 뒤에 열린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공개회의에서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군은 천안함 사건 때 초기부터 자꾸 숨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 탓에 온갖 루머와 의혹의 확산에 일조했던 기억을 벌써 까맣게 잊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벌써 시중에는 “군이 포탄 수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K-9 자주포를 불과 4발밖에 발사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훈련을 했기 때문 아니냐”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K-9 자주포의 훈련 참여가 제한적이었던 것은 지난달 훈련 때 이미 할당된 사격량을 채웠기 때문이라는 ‘진실’이 루머에 휘둘리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후 “억울하다”고 토로하는 군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 ‘억울함’에 공감한다. 그렇기에 군은 보다 투명한 모습을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추면 감출수록 오해와 의혹만 늘어날 뿐이다.
유성운 정치부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