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그룹을 제치고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 그룹과 협상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반발이 거셉니다. 현대그룹은 4100억원이나 입찰 금액이 적은 현대차에 현대건설 매각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업무상 배임죄와 직무유기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대그룹의 인수 자격을 박탈한 이유는 인수 자금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맺은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를 해지하고 본계약도 부결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현대그룹이 인수자금의 일부로 제시한 프랑스 은행 예금 1조2000억원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대건설의 매각이 늦어지면 인수기업과 현대건설은 물론 채권단에게도 손해입니다.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 기나긴 법정 공방이 벌어지면 현대건설의 새 출발이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채권은행들의 책임이 큽니다. 인수기업의 능력이나 자금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최고 입찰자와 양해각서를 맺은 결과입니다.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기업이 무리하게 다른 기업을 인수하면 인수하는 기업이나 인수당하는 기업이나 재앙입니다. 대우건설을 사들였던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의 알짜배기 자산을 처분하고도 자금난에 빠져 결국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팔게 되었습니다.
공적자금이 12조7663억원이나 들어간 우리금융의 매각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대우조선과 하이닉스도 매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로 1997년 외환위기 때 국민 세금을 넣어 살린 기업이죠. 기업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질질 끌다가 외환위기를 당했던 경험을 교훈삼아 공정하고 신속하게 매각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