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생활 연평 주민들 김포 아파트 임시 입주 “두 달 뒤엔 또 어디로…”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27일간 찜질방에서 피란생활을 해온 연평도 주민들이 19일 임시거처인 경기 김포시 양촌면의 한 아파트로 입주하고 있다. 김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어 집 찾기가 여간 힘들지 않네 그려∼.” 연평도에 있을 때부터 50년간 친구로 지냈다는 정명녀 할머니(83)와 이용녀 할머니(82)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아파트에 들어섰다. 정 할머니는 “집 안이 훈훈한 것 같다”며 “찜질방에 있을 때는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여기는 공기가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308동에 입주한 김미옥 씨(45)는 “지난해 인천생활을 정리하고 연평도에 들어가 식당을 운영하다가 변을 당했다”며 “낯선 곳이지만 힘을 내서 생활하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20일이 생일인 차진혁 군(12·연평초 6학년)은 “북한군의 도발로 제대로 공부도 못한 채 6학년을 마무리하게 됐고 낯선 곳에서 중학교에 가게 됐다”고 떨떠름하게 말했다.
“두 달 뒤에는 또 어디로 거처를 옮겨야 하느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김모 할머니(73)는 “북한군의 포격으로 집을 잃었다. 이곳이 찜질방보다야 지내기 좋겠지만 두 달 뒤 또 어디로 가야 하냐. 비록 돈은 없었지만 걱정 없이 살았는데 죽을 날을 얼마 안 남기고 이게 무슨 꼴이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포=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