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쟁하듯이 추진해 온 저금리, 재정지출 확대, 감세로 글로벌 유동성이 아주 풍부해져 상대적으로 경제여건이 좋은 신흥국으로 자본이 유입되면서 이들 국가에서 증시랠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도 외국인이 올 들어 11월까지 19조9000억 원이나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유동성 장세 열려
광고 로드중
여기에 풍부한 국내 유동성마저 주식시장에 들어와 주가가 올라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제고라기보다는 국내외 유동성, 환율전망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간다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 손쉽게 들어온 대규모 외국자본이 어떤 이유로든 썰물처럼 한순간에 빠져나간다면 주가 급락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증시가 호황이라지만 실물경제의 앞길은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경제의 버팀목이자 성장의 원동력인 수출이 불안해 보인다. 미국 경제의 회복 지연, 유럽의 재정적자, 중국의 긴축정책이 세계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아 우리 물건을 내다팔 곳이 적어지는 상황에서 원화가치나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도 수출증가율이 올해 28.5%에서 내년 10.2%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물경제의 다른 한 축인 내수 전망도 녹록지 않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내년에도 금년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성장률에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저효과가 아주 컸던 설비투자 증가율도 금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정부가 전망한다. 여기에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금년보다 줄어든 가운데 부동산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적어 건설투자 증가율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수출-내수전선엔 이상 신호
광고 로드중
이처럼 증시가 호황이라며 긴장의 끈을 성급하게 놓아버리고 내년 경제를 장밋빛으로 낙관하기에는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다. 고뿔이 조금 나아진 듯해 엄동설한에 나돌아 다니다가 앓아누울 수도 있다. 내리막길인데도 주변환경 때문에 오르막처럼 보이는 제주도의 도깨비도로처럼 코스피 2,000은 경제의 착시현상일 수 있다. 트로이목마가 승리의 기념물이 아니라 멸망의 도화선이 되었던 역사를 되새기면서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신중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실물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점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