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즐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세계 와인 시장의 핵으로 떠오른 중국 와인 시장에서도 인기 와인에는 한국처럼 ‘독특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영국의 와인전문지 디캔터에 따르면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름이 중요하다. 이 나라에서 유독 샤토 라피트 로칠드가 최고의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라피트라는 발음이 중국인들에게 쉽고 경쾌하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중국과 관련된 라벨이다. 보르도 4등급의 샤토 베슈벨은 라피트 다음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와인 라벨에 그려진 범선 때문이란다. 그 모양이 중국의 드래건보트를 연상시키고, 그러다 보니 중국인들이 기억하기에 쉽다는 것이다.
이달 초 중국인 화가 쉬레이(徐累)가 그린 2008년산 라벨이 발표되자 샤토 무통 로칠드의 가격이 케이스당 6000파운드 넘게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작년 이맘때 2008년산 라벨 작업을 중국인이 맡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그전까지 케이스당 1800파운드에 거래되던 것이 2200파운드로 치솟은 바 있다.
그런가 하면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2007년산 기준) 뛴 샤토 린치 바주의 인기 비결은 중국 시장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인적 네트워크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샤토를 소유하고 있는 카제 가문은 이미 1980년대부터 중국을 드나들면서 인맥을 넓혀 왔다.
디캔터는 또한 앞서 말한 이름, 라벨, 인맥의 힘과 별도로 중국 현지의 여러 와인상들로부터 중국인들의 시선을 끌 만한 와인들을 소개받았는데, 여기에 꼽힌 와인으로는 샤토 팔메르, 코스 데스투르넬, 앙젤뤼스, 그뤼오 라로즈, 퐁테 카네, 스미트 오 라피트, 로장 세글라 등이 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모든 와인이 앙젤뤼스를 제외하고 보르도를 관통해 흐르고 있는 지롱드 강 좌측에 위치한 메도크, 그라브 쪽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성이건만 우리도, 중국도 특정 와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한 것 같아 안타깝다. 성장기 어린이들이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어야 균형 있는 신체 발달이 되는 것처럼 바람직한 와인 문화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 이번 주의 와인
센추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