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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왕언니 아이돌… 되찾은 젊음 함께 나눠요”

입력 | 2010-12-09 03:00:00

새로운 실버문화 만들기, 어르신 문화프로그램




서울 동대문문화원이 운영하고 있는 실버 공연단 ‘왕언니클럽’은 트로트부터 최근 유행 하는 아이돌그룹의 노래와 안무까지 100% 라이브로 선보인다. 이들은 완벽한 무대를 위해 자다가도 일어나 연습하는 열정의 소유자들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세상에서 가장 예쁜 모습, 섹시한 표정∼.”

선생님의 주문에 나란히 늘어선 ‘왕언니클럽’ 회원들이 전신거울에 비친 자신들의 표정과 몸짓을 수줍은 듯 쳐다봤다.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동대문문화원 지하 1층 강당. 10일 공연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이 한창이었다.

“줄 간격도 신경 쓰세요”라는 지시와 함께 스피커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본격적인 안무연습이 시작됐다. 원더걸스의 ‘노바디’, 티아라의 ‘보핍보핍’에 이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까지 50, 60대 여성 14명으로 구성된 왕언니클럽의 연습은 1시간 넘게 계속됐다.

금색 ‘반짝이’ 드레스, 고양이손 소품부터 손가락의 각도 하나까지 딱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이 아이돌그룹 못지않다. ‘노바디’는 2년, ‘보핍보핍’은 1년 동안 준비했고 공연이 없는 날에도 매주 화 금요일 2회에 걸쳐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연습해왔다. 클럽의 막내 조순희 씨(59)는 “나이 들면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조금만 연습을 안 해도 잊어버린다”며 웃음 지었다.

왕언니클럽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2010 지방문화원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어르신문화나눔봉사단’ 사업의 일환. ‘어르신문화나눔봉사단’은 ‘어르신문화학교’ 수강생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복지시설 등 소외지역 주민을 방문해 문화봉사활동을 한다. 왕언니클럽은 올해에만 10차례에 걸쳐 양로원 노인회관 지역축제 등을 찾아 공연했다. 자신들이 받은 문화예술교육을 다시 재능 기부 형태로 나누는 것.

박화금 씨(63)는 “나이가 들고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이렇게 내 생이 끝나는구나’라는 생각에 우울증이 생기기도 했는데 왕언니클럽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이 나이에 무엇인가 할 수 있어 항상 즐겁다”며 “어머니 아버지들이 무대에 올라와 함께 춤추고 노래도 부르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핑 돈다”고 말했다.

‘2010 지방문화원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은 노년기를 적극적으로 누리고 노년계층의 문화 관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전국 154개 지방문화원을 거점으로 시행하고 있다. 현재 ‘어르신문화학교’ ‘찾아가는 어르신문화학교’ ‘어르신문화나눔봉사단’ ‘어르신생활문화전승프로그램’ 등 170가지의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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