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요구 10여명과 텐트 대화… “대책 마련” 설득하자 단식 풀어
7일 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차장 터의 천막농성장에서 이지송 LH 사장(오른쪽)이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농성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LH
이 텐트에서는 6일부터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주민 10여 명이 즉각 보상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 사장은 농성장 바로 옆에 텐트를 하나 더 치라고 지시했다. 올해 70세인 이 사장은 여기에서 주민들과 대화하며 밤을 지새웠다.
파주 운정3지구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일대 695만1000m²의 택지개발예정지구. 2007년 지구로 확정된 뒤 주민들은 곧 토지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대출을 받아 인근에 대체 토지를 샀다. 하지만 이들은 LH의 재무 사정이 크게 악화돼 보상이 늦어지면서 막대한 이자 부담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에 파주발전시민연합회를 중심으로 사업재조정 결과 발표와 LH 사장 면담을 요구해 왔다.
8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LH는 미분양 자산 판촉활동, 휴일 정상근무, 비리연루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8일에는 내년 임직원 급여의 10%를 반납하는 경영계획안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자구책만으론 120조 원에 이르는 부채 부담을 덜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재무개선의 핵심인 LH공사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재정지원 등 정부지원 방안은 부처 간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이달 20일을 전후해 자구책과 사업재조정 계획을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