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순례때 직접 자금 전달 ‘위키리크스 폭로’서 드러나
중동에서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실은 탈레반,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의 돈줄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어느 국가도 이슬람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 지원을 못하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동맹국가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 외교문서에서 밝혀졌다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이 6일 전했다.
지난해 12월∼올해 2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국무부 고위 관료들이 작성한 전문과 공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인 기부자나 자선단체가 알카에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를 일으킨 파키스탄의 라슈카르 에 타이바 등 이슬람 테러단체의 가장 중요한 자금원이라고 지목했다.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도 주요 자금원으로 등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테러단체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방법도 다양했다. 이들 국가의 자선단체들은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서 학교나 사원 건립에 쓰일 돈이라며 자금을 보냈다. 몇몇 테러단체는 이들 국가에 위장회사를 세워 돈세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나 라마단 같이 수십만 순례자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을 넘나드는 때에는 성지순례자로 위장한 테러단체 요원들이 개인 기부자에게서 직접 돈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모바일이나 인터넷 뱅킹, 선불카드도 테러자금 이동에 쓰인다고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