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다큐 ‘최후의 툰드라’ 3회 연속 두자리 시청률
유목민 소년이 썰매를 뒤로한 채 카메라를 향해 환히 웃고 있다. 날것 그대로의 툰드라를 담은 다큐멘터리 ‘툰드라의 최후’가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이어가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제공 SBS
새하얀 눈과 붉은 피. 가죽이 벗겨진 채 속살을 드러낸 곰과 순록. 그리고 붉은 피를 입가에 묻히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
14일 첫 방송된 SBS 창사 2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에는 이처럼 ‘날것’ 그대로의 장면이 많다. 하지만 거북하지 않다. 오히려 1년 중 7개월은 기온이 영하 60도까지 떨어지는 툰드라의 추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이 프로그램은 일요일 오후 11시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1부 ‘땅의 노래’, 2부 ‘툰드라의 아들’, 3부 ‘곰의 형제들’이 각각 11.3%, 12.2%, 12.5%(AGB닐슨미디어리서치·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최후의 툰드라’의 생생한 화면의 비밀은 디지털일안렌즈반사식(DSLR) 카메라인 캐논의 EOS 5D 마크2를 이용한 촬영에 있다. 이 카메라는 어두운 곳에서도 초고감도 촬영이 가능해 일반 방송용 ENG 카메라 감도로는 촬영하기 힘든 오로라 장면을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 담아냈다. 또 무게와 부피가 작아 툰드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밀착해 찍는 데 효과적이었다.
연출자인 장경수 PD는 “경관뿐 아니라 사람의 삶이 담긴, 이야기가 있는 한국형 자연 다큐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이 다큐는 각 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몇몇 인물을 부각했다. 그 결과 자연과 사람 얘기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화면에 삶의 온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특히 2부 ‘툰드라의 아들’에서는 야말 반도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순록 유목민 네네츠 족 어린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이들은 여섯 살이 되면 의무적으로 도시로 나가 러시아식 교육을 받지만 다시 툰드라로 돌아와 유목민의 삶을 선택한다. 졸업 후 툰드라로 돌아온 열여덟 살의 콘스탄틴 세로테토의 말은 매일매일 아스팔트 위에서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잃어가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도시는 좀 허무하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순록과 같이 자라는데, 도시에는 그런 것이 없다. 툰드라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