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시각이 다가오자 중국 외교부 청사의 브리핑룸은 각국 외신기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십 대의 TV 카메라와 100여 명의 외신기자는 중국의 중대 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일부 특파원은 중국이 마침내 세계의 여론에 동참해 북한 비난에 동참할지 모른다는 기대 섞인 예측을 했다. 서해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강력한 어조로 비난할지 모른다는 상반된 견해도 있었다. 무엇인지 몰라도 큰 소식이 임박했다는 데 의문을 품은 외신기자는 없었다.
우 대표는 A4용지 반 장을 조금 넘는 분량의 원고를 읽었다. 다음 달 초순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 협의를 제안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방문 성과는 신화통신 보도 내용을 읽다시피 했다. 그리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5분이나 됐을까 싶다.
외신기자들 얼굴에 어이없고 황당한 표정이 교차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협의는 6자회담 재개를 사실상 염두에 둔 것으로 중국이 입버릇처럼 주장해 온 희망사항일 뿐이다. 비핵화 합의를 무시하고 6자회담 탈퇴 선언을 하기도 했던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으로 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6자회담의 존재 의의마저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중국의 이번 중대 발표는 현실과 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졌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중대 발표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올해 천안함 사건, 남중국해 문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 등 주변국과의 갈등과 충돌에서 합리적 판단과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