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터널 등 3919곳 피신… 시민 대다수 “대피소 위치몰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서울시 민방위 직원과 역 관계자들이 역 구내에 설치된 방독면, 비상조명 등의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는 고층 건물 지하와 지하철역 등 총 3919곳의 비상대피 시설을 구청별로 지정해놓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나고 3일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에서 오가는 시민들에게 ‘서울시 비상 대피시설’에 대해 물었다. 시민들은 다들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서울 전역에 3919개소의 비상 대피시설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시민들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어 실제 공습이나 포격 상황이 발생했을 때 큰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연평도 같은 농어촌 지역은 방공호 시설로 지하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았지만 서울에는 그런 곳은 없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대형 건물의 지하공간이나 지하철역, 지하보도 등이 많이 있기 때문. 서울시 관계자는 “공습경보가 울리면 공공시설 지하 등 지정된 대피시설로 피신하면 된다”며 “서울의 경우 지하철역과 주요 공공건물 지하, 터널 등을 구별로 확보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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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반 지하시설은 구조적으로 대피시설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습이나 재난 등이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대비 없이 공간만 제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한국재난정보학회 김태환 총무이사(용인대 교수)는 “외부에서 공격을 받았을 경우 시민들이 대피를 하게 되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숙식 등을 해결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대피시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5분 이내에 대피할 수 있도록 4개 등급으로 나눠 구별로 대피시설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들 대피시설은 서울시 인구(1046만여 명)의 2.7배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우리 동네 대피시설은 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www.safekore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2주일 이상 분량의 비상식량과 비상급수가 가능한 1등급 지휘용 대피시설은 청와대나 군사시설 등 23곳에 불과해 핵무기 공격 시 방사능과 낙진(落塵)을 피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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