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인사동 ‘오설록 티하우스’ ‘김치월드’의 은근한 멋
부드럽고 구수한 한국 차를 즐길 수 있는 오설록 티하우스(위)와 김치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김치월드. 사진 제공 아모레퍼시픽·대상FNF
이런 맥락에서 올해 인사동에 새로 생긴 두 곳은 의미가 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외국인 손님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 티하우스’는 한국에도 오롯한 차(茶) 문화가 있다는 것을 전파하는 한편 일본차나 중국차와는 또 다른, 우리 차의 맛과 향을 선사한다. 대상FNF 종가집이 운영하는 ‘김치월드’는 김치 담그는 법을 비롯해 김치전이나 떡볶이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막걸리까지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설록 티하우스 인사동점은 튀지 않는 수수한 모습이었다.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건물 외관은 녹차색깔 바탕에 현무암으로 제주 다원에 있는 차밭의 고랑을 한국적인 선으로 표현했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대사 부인이 한 층을 빌려 생일 파티를 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도 이곳을 찾았다. 오설록 관계자는 “기업이 초청한 외국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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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들어서면 덖음 솥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손을 오래 대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뜨끈했다. 다른 편에는 국내 작가들의 다구를 전시해놓았다. 분청, 백자, 청자 등 다양한 다기를 만나볼 수 있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티백부터 향기가 좋은 블랜딩 녹차, 발효차와 유기농 녹차까지 판매하고 있다. 2층에 놓인 녹차색 의자가 편안해보였다. 찹쌀로 만든 쫀득한 와플(8000원), 녹차가루를 이용한 찹쌀떡 안에 마스카포네 치즈를 넣은 다식(5000원), 녹차가루로 만든 티라미수(5000원), 녹차 생초콜릿(4개·6000원) 등 녹차를 이용한 디저트를 선보인다.
오설록 티하우스의 ‘정점’은 3층 티룸이다. 둘러앉도록 한 테이블 위로 햇살이 쏟아진다. 천장에 유리창을 내 자연광이 들어오는 곳으로, 날씨에 따라 매일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라고 티하우스 관계자가 설명했다. 이곳에서 세 종류의 차를 맛볼 수 있는 ‘늘솔길’ 코스(2만3000원)를 체험했다. 어린 차싹으로 만든 ‘세작’, 제주산 삼나무통에서 숙성시킨 발효차 ‘삼다연’, 어린 찻잎을 곱게 갈아 만든 ‘옥로말차’를 시음했다. 세작은 깔끔했으며, 삼다연에서는 한지의 은은한 향이 피어났고, 옥로말차는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세작은 차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백자 다기에 냈고, 발효차와 말차는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살리기 위해 흙색이 선연한 분청 다기를 이용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능통한 티소믈리에가 차와 다기의 특징을 잘 설명해줬다.
김치월드에서는 김치를 비롯한 한식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김치월드에 들어서서 뒤를 돌아보면 큰 유리창으로 기와지붕이 보인다. 김치를 만드는 체험 공간에서는 창으로 작은 정원과 정자가 인사한다. 우리네 부뚜막을 재해석한 내부 인테리어는 가벼움과 무거움, 밝음과 어두움이 조화를 이룬다.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의 정서가 깃들어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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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프로그램은 보쌈김치의 레시피를 알려주고 김치 속을 직접 넣어보는 30분짜리 베이직(1인당 1만2000원)과 여기에 김치전이나 떡볶이를 만들어 먹어보고 막걸리를 시음하는 50분짜리 프리미엄 과정(1인당 2만5000원)이 있다. 현재 일본어와 영어로 설명해주며 조만간 중국어도 추가할 계획이다. 한 번에 32명이 함께 배울 수 있다. 김치월드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김치 정보 책자와 레시피북을 무료로 제공한다. 판매존에서는 대형마트와 동일한 가격으로 다양한 종류의 김치, 유자차, 막걸리, 장류, 소금, 김 등을 판매한다. 3만 원 이상 제품을 구매하면 인천공항까지 무료로 배송해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