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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수학여행 버스회사 ‘횡포’

입력 | 2010-11-17 19:38:34


"아니, 마음대로 애들한테 1시간 빼앗은 게 456원밖에 안 된다는 말입니까."

서울 삼각산중 학생회 임원 및 선생님 115명은 지난 여름방학 때 강원도 평창으로 수련회를 떠났다. 서울시내에서 1, 2위를 다투는 대형 관광 업체에서 버스를 빌려 타고 학교를 떠날 때만 해도 순조로웠다.

문제는 이튿날 터졌다. 출발 시각이 한참 지났지만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버스 회사에 전화를 거니 "지금 가고 있다. 기사님이 운전 중이라 전화를 못 받는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4시간이 지나도록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다. 학생과 선생님들은 수련회장 도움으로 지역에서 버스를 빌려 타고 가까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도 회사 측이 제시한 보상금은 총 계약금의 10%인 21만 원뿐이었다. 이 학교 민대홍 교장은 "성수기라 버스 수요가 많았을 때다. 만약 버스 1대에 50만 원 정도 하는 다른 일이 들어왔다면 계약금 21만 원만 물어주고 다른 곳에 차량을 배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계속 실수였다는 핑계뿐이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불신을 심어주는 버스회사 횡포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 교장은 즉각 법적 조치에 나섰다. 변호사 자문결과는 냉정했다. 21만 원으로 법적 책임이 끝났다는 것이었다. 변호사는 "피해보상금은 민사소송을 내야 하는데 별 소득이 없을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공은 소비자보호원으로 넘어갔다. 소보원은 "1인당 1만 원씩 피해 보상금으로 받아들이라"고 제시했지만 학교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민 교장은 이 사실을 서울시교육청에 알렸고 해당 업체는 향후 6개월간 입찰 신청 금지 처분을 받았다.
관련 규칙도 생겼다. 이제 버스가 제 시각보다 늦게 도착하면 학생은 10분마다 2000원, 교사는 10분마다 1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삼각산중 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시교육청은 관계자는 "하도 수련회 수학여행 관련 비리가 너무 많은 시절이 되다 보니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해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교장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일부 교장들 때문에 아이들에게 이런 황당한 피해가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각산중 학생과 선생님들은 버스 회사에서 받은 21만 원을 학교에 도서구입비로 기부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