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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쩨쩨해야’ 사는 남자들

입력 | 2010-11-16 11:01:09


야구대표팀의 에이스 류현진.

한국야구대표팀의 주전 포수 박경완(SK). 올해 38세로 대표팀 최고참인 그는 온몸이 성한 데가 없다.

8개월여 간의 강행군 끝에 소속팀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그는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자마자 푹 쉴 생각이었다. 특히 부상이 심한 왼쪽 아킬레스건은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네가 꼭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대표팀에 흔쾌히 합류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인 타격 7관왕 이대호(28·롯데)도 오른 발목 부상이 채 낫지 않았지만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위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렇게 한국 야구의 간판스타들이 아시아경기 우승을 향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의 활약을 보고 싶어 하는 수많은 팬들이 있기 때문.

광저우 아시아경기 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80.5%가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종목은 야구라고 답했다.

오른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합류한 이대호.


지난달 끝난 2010 프로야구가 단일시즌 최다 관중(592만 8626명)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의 하나는 한국 야구가 최근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보여준 덕택이다.

한국 야구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4강에 들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데 이어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쾌거를 잇고 4년 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동메달에 머문 한을 풀기 위해 이번 야구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상태.

금메달을 따기까지 웬만한 부상은 꾹 참고 뛰어야 하는 분위기.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손톱 하나만 깨져도 울어야(?) 하는 선수들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투수들이다.

투수들은 평소 손톱이 많이 손상된다. 공의 속도를 높이거나, 변화구를 제대로 던지려면 공에 회전을 많이 걸어야 한다. 손끝에서 볼이 빠져나가는 순간 공을 강하게 채야 하는데 이 때 검지와 중지 손톱이 찢어지는 경우가 많다.

야구대표팀의 맏형인 박경완.


이 때문에 대부분의 투수들은 평소 손톱을 비롯해 손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쓰고, 손톱 강화제나 매니큐어를 발라 손톱을 보호한다.

투수에게 손가락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난달 열린 플레이오프 두산-삼성의 5차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5차전 두산의 선발 투수로 출전한 히메네스는 3회말까지 삼성 타선을 봉쇄하며 5-0으로 리드를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오른손 엄지의 굳은살이 벗겨지는 사소한 부상을 입은 뒤 급격하게 무너졌다. 히메네스는 4회말 선두타자 신명철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최형우에게 2점 홈런을 빼앗기며 강판 당했다.

결국 두산은 이 경기를 놓쳐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박경완이 손톱 다듬기에 열중하는 대표팀의 주전 투수 류현진(23·한화)에게 "야, 쩨쩨한 짓 좀 하지마라"고 꾸짖지 못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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