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촉직 4분의1 물러나… 내분 갈수록 악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인권위 전문, 자문, 상담위원들이 15일 서울 중구 무교동길 인권위 사무실에서 사퇴서와 위촉장을 손심길 사무총장(오른쪽)에게 제출하고 있다. 이날 집단 사퇴한 위원들은 전체 위원의 4분의 1 정도인 61명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인권위 자유권 전문위원인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등 10명은 이날 서울 중구 무교동 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인권위에 동반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61명이 서명한 ‘인권위가 부여한 모든 직을 사퇴하며’라는 성명에서 “현 위원장이 취임 이후 독단적인 조직운영과 정부 눈치 보기로 일관해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마비시키고 있다”며 “현 위원장의 즉각 사퇴와 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인선을 위한 올바른 인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원순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건과 용산 참사 건,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건,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 건 등 현안이 전원위에서 부결되거나 중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사퇴 의사를 밝힌 위원은 손숙 전 환경부 장관과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정책자문위원 15명,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등 조정위원 5명,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위원 26명,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 전문상담위원 14명, 이상희 법무법인 한길 변호사 등 기타위원 3명 등(중복 포함) 모두 61명이다. 이들은 현 위원장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20여 분간 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고 나서 손심길 인권위 사무총장에게 사퇴서를 전달하고 위촉 당시 받았던 위촉장도 반납했다.
현재의 인권위 파행을 바라보는 시각은 양분되어 있다. 현 위원장을 지지하는 측은 최근의 ‘줄사퇴’ 행보를 진보 진영의 ‘현병철 흔들기’로 보고 있다. 상임위 기능을 축소하려는 현 위원장 측 움직임에 ‘집단행동’으로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우리 측도) 현 위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담은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며 “목소리를 못 내는 것이 아니라 안 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유남영 전 상임위원 후임으로 김영혜(51·여) 전 법무법인 ‘오늘’ 대표변호사를 임명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동영상=국가인권위원들 동반사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