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저우 아오티사격장에서는 남자50m소총복사에서 2관왕을 차지한 김학만(상무)의 공식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중국취재진은 자국의 부진에 놀란 듯 보였습니다. “한국은 사격선수가 몇 명이나 되느냐, 한국이 잘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등의 질문을 쏟아냅니다. 그들은 기자회견이 끝나자 대표팀 윤덕하(56) 코치를 에워쌉니다. 윤 코치는 한국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스포트라이트에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얘길 전합니다. “비밀(secret)을 묻는데, 그런 게 어디 있나요. 아주 답변하느라 혼났네.” 혼난(?) 사람치고는 표정이 너무 밝습니다. 중국취재진에게 “한국의 성인소총 선수는 30여명이 안 된다”는 얘길 전하니, 또 한번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그리고 또 한 번 “secret”이라는 단어를 꺼냅니다.
중국체육에서 사격이 차지하는 위상을 알면, 왜 그렇게 “비밀을 알려 달라”고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사격(44개)은 수영(53개)과 육상(47개)에 이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번째로 금메달이 많이 걸린 종목입니다. 중국은 사격에서 30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했습니다. 10월 월드컵 파이널에 자국선수들을 단 한 명도 출전시키지 않았을 정도로 아시안게임에 집중했지요. 하지만 웬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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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는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상황 설명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비밀이 있지 않고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한국대표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사격인구만 4000만 명 가까이 된다니까요. “그래서 뭐라고 (비밀에 대해) 답변하셨느냐”고 윤 코치에게 물었습니다. “중국은 자국에서 해서 부담이 돼서 그런지, 잘 못쏘는 것 같다고. 하지만 우리는 평소 실력대로 하는 거라고요.” 무릎이 탁 쳐집니다.
‘하던 대로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격의 실력이자, 대표팀의 비밀이라는 것을요. 한국은 이곳에서 총을 더 잘 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그들의 실력을 몰랐던 것뿐이지요. 김학만이 공식기자회견장에서 “한국에서 사격은 비인기종목”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린 그들이 더 자랑스러워졌습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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