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후 치열한 경쟁 vs 일반고 진학’… 내신 30% 못드는 중3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8월 성균관대에서 열린 하늘교육의 ‘2011 특수목적고 판도예측 및 고교 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하늘교육
이 씨는 “보다 좋은 환경에서 학업 능력이 비슷한 학생들과 함께 공부시키고 싶어 인근 자율형 사립고에 대해 알아보는 중”이라며 “좋은 내신을 받는 데에 많이 불리하진 않은지, 대학 입시에선 어떤 면에서 유리한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모집하는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원서 접수가 12월 1∼3일 진행된다. 이 씨의 자녀처럼 내신 관리에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 상위권이면서도 적성 상 외국어고 진학이 꺼려지는 학생, 또는 영어실력이 부족해 외국어고 지원을 포기한 중상위권 학생이라면 자율고 진학을 고려해볼 만하다.
이미 원서접수가 끝난 경기지역 외국어고나 하나고, 현대청운고 같은 전국단위 모집 자율고의 경쟁률이 올해 크게 떨어짐에 따라 지역단위 모집 자율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서울지역 26개 자율고를 비롯해 전국 42개 자율고가 2011학년도 신입생 총 1만 5856명을 모집한다.
○ 교과과정 자율 운영…심화학습 가능
자율고의 가장 큰 장점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수능 출제 과목에 대한 수업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고는 교육과정을 최대 50%까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자율고가 학생들에게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교과 수업을 늘리고 심화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는 2014학년도 수능을 맞는 중3들이 특히 고려해야 할 대목. 2014학년도부터 개편되는 수능에서는 탐구과목 수가 축소되고 수준에 따라 A, B형 중 하나의 시험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 해당하는 주요과목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공산이 크다.
대입 수시 대학별고사나 입학사정관전형을 대비하기에도 유리할 수 있다. 현재 대입에서 수시를 통해 모집하는 인원과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뽑는 인원의 비율은 확대되는 추세. 수능의 변별력이 낮아질 경우 논술·구술 면접 등 대학별고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심화수업을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자율고의 교육과정은 강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자율고로 지정된 서울 한가람고는 ‘고급수학’ ‘영어강독’ ‘영어권문화I·II’ 같은 심화과목을 운영한다. 또 사회나 과학 과목에 뛰어난 학생을 위해 ‘심리학’ ‘미시경제’ ‘고급 물리’ ‘고급 화학’ 등 과목도 개설했다.
중동고 김시용 교무부장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학교를 선택해서 온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수업 분위기도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 내신 상위 20∼30%가 대다수, 자녀 학업수준 고려해야
그렇다면 자율고에 가는 것만이 능사일까.
타임교육 하장범 중장기학습플랜연구소장은 “자율고에 들어가서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의 학업수준과 자신감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신 성적이 30∼50% 정도 되는 학생이라면 자율고에 입학할지라도 자칫하면 성적이 떨어져 비관할 수 있다. 자신감을 잃으면 공부의욕까지 잃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또한 학교 내신을 중시하는 대입 정책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신 관리에도 불리할 수 있다.
결국 부모는 자녀가 실력 있는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경쟁력을 기르도록 할지, 아니면 일반계고에 진학해 자신감을 잃지 않고 내신을 효과적으로 관리토록 할지를 두고 저울질해 보는 것이 좋다. 자율고는 우수 학생들이 모여 있어 학교 교육과정에서 선행학습이나 심화학습이 많을 확률이 높으므로 이러한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내신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상태에서 다른 과목에 비해 영어를 아주 잘하는 학생이라면 영어나 외국어 과목이 많은 외고보다도 오히려 자신이 취약한 다른 과목을 보충할 수 있는 자율고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