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힘의 균형’… 신흥국 나서 의제 다양화아쉬운 ‘힘의 부족’… 강제력 없는 한계 여전
하지만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 연속성 있게 의제를 챙겨줄 상설사무국 설치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명실상부한 글로벌조정위원회가 되는 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서울 정상회의가 G20이 글로벌조정위원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얼마나 높였는지 살펴본다.
○ 선진-개도국 모두 끌어안기
서울 G20 정상회의는 기존 선진국 중심의 의제에 개도국의 관심사까지 포함시켜 기존 1∼4차 정상회의와 차별화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개도국의 핵심 관심사인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이슈’를 G20 정상들과 함께 논의했고 IMF 대출 제도 개선, 개발 관련 다년간 행동계획 등 굵직한 성과를 내놨다.
한국은 선진국의 IMF 쿼터 6% 이상을 과소대표국과 신흥개도국으로 이전하게끔 하고, 이사회 규모를 24명으로 유지하되 유럽 몫 2명을 줄여 신흥개도국의 이사를 늘리기로 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과 유럽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IMF에 신흥국의 영향력을 강화해 좀 더 균형적인 기구로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요 2개국(G2)으로 꼽히는 중국이 G20에 참여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중국은 기존 주요 8개국(G8) 가입에 부정적이지만 G20에는 매우 적극적이다. 선진국 모임인 G8에 가입해 공공의 적이 되기보다는 신흥국을 폭넓게 아우르는 G20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세계 경제 이슈를 다룰 때 미국과 중국을 빼고선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중국의 활발한 참여는 G20 정상회의의 위상을 한층 높여준다.
○ 제도화는 절반의 성공
현재 G20 정상회의의 위상은 연례 모임을 가지는 경제분야 ‘프리미어(최고위) 포럼’이다.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3차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G20 회의를 국제금융협력을 위한 핵심적인 포럼으로 선택하고 2011년부터 연례적으로 G20 회의를 연다”고 합의했다. 2008년 말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시적인 ‘위기관리위원회’로 등장했던 G20은 정례 모임을 열게 되면서 글로벌조정위원회가 되기 위한 절반의 준비를 끝냈다.
○ 강제성 없는 게 한계
서울 정상회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내년 상반기까지 정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경쟁적으로 벌어졌던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경상수지 흑자 폭을 조정하자는 ‘경상수지 목표제’를 구체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정상회의 폐막 직후 “균형 잡힌 경상수지를 유지하도록 예시적 가이드라인 수립에 합의한 것은 괄목할 만한 진전이고, 이대로 이행한다면 미래 세계 경제 위기를 사전에 막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여전히 환율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G20 정상들이 환율 공조를 통해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한 것은 의미 있지만 각국의 입장이 다르고 합의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환율 갈등을 완전히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기구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감시한 뒤 분기별 보고서를 통해 무역장벽을 쌓은 나라의 이름을 적시하고 공개적으로 비판(Naming and Blaming)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하지만 ‘간접적인 방식의 강제성’에 대해서도 20개국 모두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