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곽, 역사의 숨결을 밟다
성곽을 따라 안팎의 풍경을 감상하는 놀이인 순성을 현대에 되살려낸 저자 김도형 씨. 사진 제공 김도형 씨
순성의 전통은 일제강점기 초기에도 확인된다. 1916년 5월 14일자 ‘매일신보’에는 ‘금일은 순성하세’라는 안내 기사가 실렸다. 이런 전통은 전찻길과 새 도로를 만들기 위해 성곽 곳곳을 헐어내면서 사라졌다.
신간 ‘순성의 즐거움’의 저자인 김도형 씨(33)는 순성을 다시 살려냈다.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그는 서울 성곽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다가 문득 온전한 성곽의 모습과 순성길이 궁금해졌다. 그는 2007년부터 주말마다 성곽과 주변의 유적을 카메라에 담고, 옛 문헌과 지도를 뒤져 서울 성곽에 대한 역사지리서를 완성했다. 책에는 성곽을 숭례문∼소의문, 소의문∼돈의문, 돈의문∼창의문 등 8개 코스로 나눠 탐방로와 주변의 둘러볼 유적을 정리했다.
그는 성곽 중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북악산 곡장(曲墻·성곽의 둥그렇게 외부로 돌출된 부분)을 꼽았다. “이곳에서 바라본 서울은 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룬 멋진 경관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몰라 지나치기 쉽죠.”
그가 책을 쓰는 동안 성곽은 빠른 속도로 복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복원작업에 아쉬운 점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동대문운동장은 1926년 일제가 성곽을 허물고 그 위에 지은 것인데,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와 공원 공사가 시작되면서 2007년 말 철거됐다.
그는 “성곽의 복원과 공간의 재창조를 위해 불가피한 면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근현대 스포츠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를 허문 것은 또 다른 역사의 스토리를 지운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