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학 연구에 기반을 둔 다중스케일 모델링은 항공기나 선박, 자동차 설계, 홍수 예측, 전염병 확산 경로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을 모델링한 것이다. 사진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이형천 아주대 수학과 교수는 “다중스케일 모델링을 이용하면 단백질 합성, 홍수나 가뭄 예측, 전염병 확산 경로 예측, 유전(油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중스케일은 말 그대로 1000조분의 1초에서 수년에 이르는 시간 스케일과 원자 수준에서 일상생활의 크기에 이르는 거리 스케일을 한 번에 다루는 수학 기법이다. 가령 건물에 생긴 균열의 원인을 찾을 때 다중스케일 모델링에서는 일차적으로 원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뒤 이 부위가 점차 확대돼 눈에 보이는 균열이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시뮬레이션한다. 문제는 현재 기법으로는 시뮬레이션 결과의 정확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 원자 수준에서 계산을 하다 보니 계산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미국 등 수학 선진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연산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기초 수학 연구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샌디아국립연구소는 수학자들이 중심이 돼 1999년 ‘램스(LAMMPS)’라는 대단위 병렬계산에 의한 다중스케일 문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뒤 성능을 계속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는 ‘참(CHARMM)’을 개발했다.
이에 대해 신동우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다중스케일 모델링을 연구하고 시험하기 위해서는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엔 아직 국가슈퍼컴퓨팅센터가 없는 만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기초과학연구원에 슈퍼컴퓨팅센터가 만들어진다면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중국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톈허(天河) 1A’는 비공식적이지만 현재 세계에서 연산 처리 속도가 가장 빨라 1위에 올랐다”면서 “슈퍼컴퓨터는 한 나라의 기초과학 연구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