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법사찰 수사 과정을 되짚어보면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수사 의지가 철저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검찰이 수사 착수 직후 공직윤리지원관실을 곧바로 압수수색하지 않은 대목이 꼽힌다. 7월 5일 총리실에서 자체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검찰은 수사에 나섰지만 나흘 뒤인 9일에야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사팀 구성과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위한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걸렸고 압수수색을 일부러 늦춘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5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핵심 증거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내용이 모두 삭제돼 버렸다.
결정적 증거가 이미 사라져 버린 탓에 수사팀은 수사팀대로 고생만 잔뜩 하고 기대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미완의 수사가 되고 말았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사건 관련자들이 오리발을 내밀고 묵비권을 행사해도 입을 열게 할 뾰족한 방도가 없었고 결국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윗선’ 의혹은 미궁에 빠진 채 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평소 검찰조직의 존재 이유에 대해 ‘거악(巨惡) 척결’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에서도 이런 검찰의 대명제가 철저히 적용됐다면 뒤늦은 ‘부실 수사’ 논란에 휘말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태훈 사회부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