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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화장품 브랜드숍 ‘미샤’의 눈물과 성공 추적해보니

입력 | 2010-11-06 03:00:00

저가 돌풍 한순간에 와르르… ‘빨강 비비’로 대반전




미샤는 2006년 일본에 처음 진출해 현재 로드숍 15개를 운영하고 있다. 마쓰모토 기요시, 로프트를 비롯한 대형 유통 채널 3000여 곳에 납품하고 있으며 국내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나리타, 하네다, 간사이 등 일본 공항 면세점 3곳에 입점했다. 도쿄에 있는 미샤 매장에서 일본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미샤

《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000년 3300원짜리 화장품을 선보이며 브랜드숍 선두주자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04년 브랜드숍 중 최초로 매출액 1000억 원을 넘어서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2005년 자연주의 콘셉트를 내세운 ‘더페이스샵’에 밀리면서 한없이 뒤처지기 시작했다. 2006년 두 차례나 구조조정을 했고 2007년에는 일 좀 한다 싶은 직원들의 이직 러시가 이어졌다. 당시 회사에는 주주들의 고성(高聲)이 메아리쳤고 일거리가 없는 직원들은 한숨뿐이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서영필 대표는 “1등이라는 자리에 안주하며 시장의 변화를 재빠르게 따라가지 못했다”고 회상한다. 》
폐업 위기에 처한 미샤는 살아남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거듭했다. 그 결과는? 2008년 129%, 2009년 179%로 세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올해 매출 목표 230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발표한 3분기(7∼9월) 실적은 여름철 화장품 비수기에도 635억4600만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33.1%, 영업이익은 50.1% 늘어났다.

한국화장품의 ‘더샘’, 엔프라니의 ‘홀리카홀리카’ 등 화장품 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브랜드숍은 ‘레드오션’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가운데 낸 성과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08년 10월 31일 주당 1121원으로 떨어진 미샤의 주가는 5일 2만5400원까지 올랐다. 그동안 미샤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 시장 변화에 맞춰 변신하라

‘화장품은 비쌀수록 좋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뒤엎고 2000년 미샤는 3300원짜리 화장품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1년 만에 매출이 10배가 뛰고 전국 주요 유통 거점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하지만 이내 수많은 저가(低價) 미투(유사) 브랜드가 쏟아지면서 미샤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는 점점 떨어져 갔다. 심지어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남자친구에게 미샤를 선물받는 일은 곧 헤어지자는 것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싸구려 제품이라는 의미였다.

2007년 중반 회사 측은 “3300원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내부 평가를 내렸다. 제조원가 상승으로 비용 문제가 누적됐고 고객 만족도는 답보 상태였다. 비슷비슷한 가격대와 제품으로 극심한 경쟁을 벌이는 브랜드숍 시장에서 미샤만의 강점을 찾기도 어려웠다. 결단이 필요했다. 저가 라인을 모두 없애고 용기도 싹 바꿨다. 제품 구성을 고기능성으로 재편하고 타깃 고객층을 25∼35세로 설정했다. 허성민 마케팅기획팀장은 “저가로 각인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핵심 제품을 완전히 새로 설정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때 등장해 미샤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제품이 ‘빨강 비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M 퍼펙트 커버 비비크림’이다. ‘미샤=비비크림’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준 제품이다. 기존 제품과 달리 미백 기능성을 더하면서 커버력을 높였고 두 종류의 색상으로 피부 톤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했다. 샘플 100만 개를 뿌리자 입소문을 서서히 타더니 1년쯤 지난 2008년 중반부터 매출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 해외 23개국에 713개 매장… “세계 여인의 美 우리가 책임집니다” ▼

비비크림의 선전과 더불어 제품 가격이 1만 원대 이상으로 오르고 기능성 위주의 제품으로 바뀌자 중고교생 소비자는 떨어져 나가고 고객층이 20, 30대로 바뀌면서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40대 고객까지 매장을 찾았다. 10대들의 충동구매에서 구매력 있는 20∼40대의 목적성 구매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40대 배우 김혜수 씨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젊은 아이돌 스타를 쓰는 다른 브랜드숍과 확실한 차별화를 노렸다.

외국계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미샤 제품의 품질이 몇 년 새 상당히 좋아져서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눈여겨보고 있다”면서 “국내 중저가 브랜드의 성장을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샤는 2008년 지하철 역사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장했다. 지하철 역사 상점에서 고객들이 이동하다가 눈에 띄는 것을 집어 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스킨케어보다 메이크업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서 색조 제품을 전면에 배치하는 식으로 매장 디스플레이를 지상의 숍과 다르게 꾸며 전반적인 매출 균형을 높였다.

○ 해외 시장, 바닥에서 얻은 교훈

미샤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2004년 호주에 처음 진출한 이래 2006년 홍콩,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2008년 아랍에미리트, 베네수엘라, 뉴질랜드, 파라과이까지 모두 23개국에 713개 매장(5일 기준)을 열었다. 이광섭 해외추진팀장은 “다른 화장품 브랜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진출한 만큼 비싼 수업료를 치러가며 하나씩 직접 부딪치면서 배운 것이 많다”면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아랍권 시장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진출 초기에는 유색인종들의 다양한 피부 톤을 고려해 제품 구색에 신경을 썼다. 메이크업베이스와 파운데이션만 80종에 이르렀다. 하지만 제품 다양성은 생각 외로 그리 필수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피부 톤이 어두운 중동 지역 소비자들도 백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21호(밝은 베이지)를 찾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전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톤의 제품에 주력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배운 사례다.

스킨케어 제품에 주력하는 아시아 지역과 달리 중동 시장은 보디 제품이 매출의 50∼60%를 차지했다. 체취에 신경을 많이 쓰는 문화 덕분에 향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았다. 국내 시장용 향수는 보통 30mL 정도의 작은 사이즈인데 중동에서는 100mL, 150mL짜리 대용량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향수 대신 가격경쟁력이 있는 미스트 80mL 제품을 선보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중동에서는 여성들이 차도르를 쓰는데 드러내는 곳은 눈뿐이라 강렬한 색상으로 눈 화장 하는 것을 즐긴다. 검은색 등으로 하는 스모키 화장법을 특히 선호해 관련 제품을 강화했다.

미국 시장은 2005년 뉴욕 맨해튼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진출했지만 2007년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을 때 건물 계약금까지 물어가면서 정리했다. 현재는 비즈니스를 리세팅하는 단계. 일본 시장은 지난해에 궤도에 오른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일본 내 단독 매장은 18개이며, 3000여 곳의 드러그 스토어에 납품하고 있다. 서 대표는 “제품군의 다양화, 프리미엄 제품군의 판매 호조, 매장 확대의 가속화 등 매출 신장과 기업 성장을 위한 기반이 확고해졌다”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동북아 시장과 아랍권 시장에 좀 더 집중해 글로벌 브랜드로서 확고한 입지를 굳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비비크림, 中-日관광객 필수 ‘쇼핑 리스트’에 ▼

비비크림은 한국 시장에서 유독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해 최근 1∼2년에 중국,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리스트에 오르면서 아시아 시장 전역으로 그 열풍이 확산됐다. 올해 랑콤, 클리니크, 슈에무라, 맥 등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까지 비비크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정식 명칭은 ‘블레미시 밤(Blemish Balm)’. 피부과 치료 후 피부 재생 및 보호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파운데이션보다 가벼운 로션 같은 질감이며 잡티를 가려주고 피부 톤을 정리해준다. 한 메이크업 전문가는 “과한 화장에 거부감을 느끼는 한국 문화에서 화장을 안 한 것 같으면서 뽀얗고 예쁘게 보이려는 여성들의 욕구를 비비크림이 만족시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와 메이크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발 비비크림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데 미샤의 비비크림(사진)이 큰 몫을 했다. 뷰티 칼럼니스트 이병철 씨는 “일본의 유명 뷰티 전문가가 미샤의 비비크림을 칭찬한 뒤 일본 관광객들이 이 제품을 한 상자씩 사가는 것을 봤다”면서 “적은 양으로 피부 톤을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샤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브랜드숍 관계자도 “미샤 비비크림은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로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미샤는 기존 비비크림에서 새로운 기능이나 성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후속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3월에는 대만에서 한방 비비크림의 대규모 론칭 행사를 열었으며, 10월 중국 상하이 엑스포에서는 한국 대표 제품으로 한국관 기념품 코너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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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은 포탄 떨어지는 곳에서도 대화를 했다
Creative Facilitation

내년도 전략을 수립하는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다음 에피소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 윈스턴 처칠은 평소 “내가 바란 것은 적절한 토론을 한 뒤 사람들이 나의 의지에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전쟁에서 전략이 필요한 긴박한 순간조차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고 한다. 둘째, 영국의 철학자 로이 바스카는 전략적 사고는 보이는 것의 배후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해서 그 의미를 읽는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에피소드가 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전략을 수립할 때 소수의 임원이나 컨설턴트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은데, 데스크에 앉아서 전략을 수립하면 현장과 동떨어진 아이디어가 나올 위험이 있다.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에 대비하고 실행 가능성이 높은 전략을 짜려면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그 방법론을 소개한다.

펩시가 코카콜라를 제칠 수 있었던 건 ‘포용 리더십’
▼Lessons from the Past


펩시는 2006년 역대 5번째 최고경영자(CEO)로 인드라 누이를 선임했다. 그는 이민 2세 미국인도 아닌 인도인이었다. 펩시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이기도 했다. 펩시에서 인도인 여성이 CEO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성을 높이려는 노력 덕분이었다. 실제로 펩시에는 유색인 여성 직원과 백인 상사가 서로 짝을 이뤄 코칭을 해주는 ‘파워 페어스(Power Pairs)’라는 제도가 있다. 백인 상사는 유색 여성 직원들에게 직장 내 성공법을 알려주고, 유색 여성 직원은 미국 내 유색 인종 사회의 특성이나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관리자에게 코칭해 준다. 펩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다양한 사고가 가능한 조직문화 덕이었다. 다양성을 장려하는 포용 리더십이 재무적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21세기는 다른 것을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포용 리더십의 시대’다. 포용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용자 경험 한 차원 높이는 ‘인터페이스 스퀘어드’
▼METATREND Report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인 에픽윈(EpicWin)은 언뜻 보기에는 매일 할 일을 적어 두는 메모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앱의 사용자는 메모장 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이머가 된다. 일상적으로 하는 설거지나 세차가 게임이라는 인터페이스를 거치면 뿌듯함이라는 가상의 보상을 주는 감정적 이벤트가 된다. 하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연주자들의 감정을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시각화한다. 이들은 연주자들에게 심장 박동을 체크하는 센서를 착용시킨 뒤, 이들의 심박수를 담은 데이터를 악보로 만든다. 연주자들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악보를 그대로 음악으로 연주한다. 무대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심박수 데이터가 다양한 시각 효과로 변환돼 나타난다. 정해진 악보에서는 찾기 힘든 연주자의 감정 변화가 센서와 그래픽을 통해 청중에게 전달된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다채롭고 복합적인 경험을 줘서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높이는 ‘인터페이스 스퀘어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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