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 연출 ★★★★ 연기 ★★★★
수학자들의 얘기를 다룬 뮤지컬 ‘프루프’는 고차 방정식처럼 복잡하고 꼼꼼한 전개로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캐서린역의 이윤지(왼쪽)와 로버트 역의 남명렬. 사진 제공 악어컴퍼니
지난달 12일 막을 올린 연극 ‘프루프’(연출 이유리)는 ‘무대가 좋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수학자들의 얘기를 그렸다. 2000년 미국 초연 이후 국내에선 세 번째 공연된다. 캐서린이 ‘위대한 수학 증명’을 홀로 만들어 냈지만 진위를 둘러싸고 가족, 연인과 갈등이 깊어지는 게 작품의 뼈대다. 수학자들은 ‘타원형 곡선’ ‘계수 형식’ 등 어려운 수학 용어에는 능숙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어설프다. 그들이 연극에서 천착한 ‘소수 증명’처럼 좀처럼 쉽게 나눠지지 않는 게 인생살이다.
극은 빠른 전개와 속도감 있는 대사, 숨겨진 반전을 통해 탄탄하게 펼쳐진다. 원작자인 미국 브로드웨이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은 이 작품으로 2001년 토니상 최우수작품상과 퓰리처상(드라마 부문)을 수상했다. 무대 전환도 없고, 별다른 음향 효과도 없는 이 연극은 아침과 오후,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시제 변화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선으로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준다. 특히 탁구 경기를 보는 듯이 숨 가쁘게 오가는 배우들의 대사 자체가 톡톡 튀고 감칠맛이 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4만5000원. 12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이화동 대학로예술마당 3관.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