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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中기준금리 인상, 왜 원화 가치에 영향 주나요

입력 | 2010-11-02 03:00:00

위안화 절상 → 中수입가 상승 → 국내물가 압박
물가 잡으려 금리 올리면 원화절상으로 이어져




《 중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왜 원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나요? 》
중국이 10월 19일 기준금리를 0.25% 깜짝 인상하면서 국내 경제전문가들이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 배경과 영향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뜩이나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에 속도를 붙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 다음 날인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전날보다 9.5원 급등한(원화 가치 급락) 114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가 결과적으로 3.6원 내린 1126.9원으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친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원화 환율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국가에서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통화 가치가 올라갑니다. 채권금리 등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높은 수익을 노리고 유입되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이 늘어나 달러 대비 해당 국가의 환율은 내려가는 것(해당 국가 통화 가치 상승)이지요.

사실 중국은 일반적인 국가들과는 환율이 결정되는 과정이 약간 다릅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2008년 7월 이후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83위안에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를 적용해왔습니다.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고정돼 있으니 정부가 나서지 않는 한 위안화 환율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높아지면서 중국은 올 6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했습니다.

바스켓환율제로도 불리는 관리변동환율제는 바구니(바스켓)에 여러 물품을 넣듯 주요국의 환율을 참고해 환율을 조정합니다. 달러화에 따라 환율을 고정하는 고정환율제와 달리 복수 국가의 환율을 참고하기 때문에 통화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조금 더 받습니다. 따라서 이번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위안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과거보다 위안화가 절상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위안화가 절상되면 한국의 원화 역시 가치가 함께 올라가는(원-달러 환율은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5년 7월부터 2007년 말까지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화 가치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갈 때 원화 가치가 함께 올라가는 것은 한국과 중국의 밀접한 경제관계 때문입니다. 중국은 2007년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랐습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한국이 수입한 중국 물품의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국내 물가 인상이 불가피하지요. 한국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고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원화 가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또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 수출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나 한국에 유입되는 외화가 늘어나면서 원화 가치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난달 20일 외환시장이 개장했을 때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도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008년부터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된 것은 중국의 경기부양 덕이 컸습니다. 중국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한국의 중국 수출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최악의 침체를 겪는 동안에도 한국이 큰 위기를 겪지 않은 데는 중국의 역할이 상당히 컸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긴축정책을 시작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줄어듭니다. 한국의 경기회복을 이끌던 수출이 감소하면 무역수지 흑자가 줄고 이는 외국 자금의 국내 유입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뜻이니 원화 가치는 내려가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위안화 절상은 한국의 원화 가치에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을 미칩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화 가치 역시 함께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불안한 세계 경제 탓에 원화 가치가 위안화와 반대로 움직일 여지도 있는 것이지요.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열흘쯤 지난 10월 29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25.3원으로 19일보다 5.2원가량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상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만큼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효과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