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고객에 호평” vs “선택폭 좁아 불편”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유통센터가 1999년 서울 양천구 목동에 문을 연 ‘행복한세상 백화점’의 1층 매장. 행복한세상에 들어와 있는 중소기업은 현재 653개로 전체 입점 브랜드의 96%를 차지한다. 사진 제공 중소기업유통센터
김영휴 사장(47·여)은 2001년 여성용 부분 가발이라는 아이템으로 대전에 회사를 세웠다. 넉넉지 않은 자금에 따로 매장을 열 수 없었던 그는 중소기업 제품 박람회 등에 참가해 상품을 선보였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박람회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백화점 입점도 시도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김 사장이 전환점을 맞은 건 2004년. 중소기업 전용 백화점인 ‘행복한세상 백화점’에 ‘씨크릿 우먼’이란 브랜드로 입점하면서부터다. 매장이 생기자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뒤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현대, 신세계 등 유명 백화점에 차례로 입점했다. 직원 1명에 연매출 1억 원 이하였던 씨크릿 우먼은 이제 직원 40명에 연매출은 75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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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활동이 판매로 이어져 행복한세상은 올해 9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늘어난 548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매장을 찾은 윤수진 씨(25·여)는 “중소기업 브랜드는 따로 매장이 있는 경우가 드물고 인터넷으로 사려면 배송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이곳에서는 쉽게 물건을 살 수 있다”며 “단골 브랜드가 있어 가끔 옷을 사러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눈에 띄었다. 개점 10년이 지난 지금도 중소기업 제품을 파는 곳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중저가 브랜드 위주라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 중소기업 제품을 파는 곳인지 몰랐다는 이준우 씨(30)는 “매장을 보면서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형 할인점을 자주 찾는다는 양재명 씨(39)도 “고객을 유인할 만한 인기 브랜드가 함께 있어야 쇼핑을 하면서 자연스레 중소기업 물건도 사고 품질이 좋으면 또 찾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을 끌기 위해 극장과 할인마트를 백화점에 유치했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해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기유통센터 관계자는 “고객층을 넓히려면 대기업 인기 브랜드 비중을 15% 정도로 늘리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경기도 등과 행복한세상 백화점을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인데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